작성일 : 13-01-15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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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향
최민식 l 울산인권운동연대 상임대표
추석이라 고향을 찾았습니다.
“평화의 섬 제주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비행기 안내 멘트에서부터 공항 곳곳에서 제주 섬이 반기는 인사말에 심기가 뒤틀립니다. 군사기지와 평화가 정말 잘 어울리는(?) 연인으로 만나는 곳, 제주가 내 고향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해 줍니다. 뭍으로 유학차 나온 뒤 고향을 생각하면 명치끝이 무척 아려 오곤 했습니다. 통곡의 섬에서 평화의 섬으로 불리게 된지도 참여정부시절이니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이는 4.3항쟁의 치유과정이고, 전쟁에 대한 혐오이며 평화에 대한 염원의 절절함입니다. ‘평화의 섬’은 질곡의 역사 속에 희생당한 분들의 영혼과 살아남은 자들의 아픔을 달래는 의식의 용어입니다. 관광 홍보쯤으로 보여 질까 노심초사하는 내 마음은 그저 사치가 되어갑니다. 허 허 ! 화해와 평화를 심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건만 분열과 전쟁의 씨앗을 발아시키지 못해 안달입니다. 강정마을은 ‘평화의 섬 제주’의 상징입니다.
우도봉에 올라 일출봉과 한라산을 바라보다 수평선 넘어 태평양을 그려보며 평화의 원을 세워봅니다. ‘태평양’이라는 이름은 라틴어 “Mare Pacificum”(평화로운 바다)에서 유래합니다. 평화의 상징인 태평양 바다 또 한곳에 군사기지가 만들어지지 않기를.
인권에서 중요하다고 여기는 권리들은 모두 ‘고향’을 핵심어로 해서 생각해볼 수 있어. 예를 들어 사생활에 대한 권리, 집에 대한 권리, 교육에 대한 권리 등은 다 사람들 사이에서 누군가와 친밀한 관계를 맺고 유지할 권리를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어. 그래서 사회적 약자들이란 고향을 빼앗긴 사람들인 경우가 많아. 탐욕에 의해 고향이 파괴당하거나 고향을 빼앗긴 사람들, 가난으로 인해 고향을 떠나 타향에서 온갖 고생을 감내하며 일해야 하는 사람들, 고향을 자유롭게 왔다 갔다 할 수 없는 사람들, 일자리를 얻고 가정을 꾸린 제2의 고향에서 해고되어 출퇴근길과 아이의 통학 길, 그리고 이웃들, 이런 것들을 하루아침에 잃게 된 사람들, 이런 사람들의 문제가 정치경제 또는 이주, 환경, 인권의 문제로 얘기되지만 그것을 다른 말로 하면 고향에 대한 권리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 - 류은숙의 ‘엄마에게 쓰는 편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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