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을 마치며...
- 사과(謝過)의 미학 -
편집위원회
진정한 사과는 어떻게 해야 할까? 심리학자 게리 채프먼과 제니퍼토머스는 <사과의 다섯 가지 언어>에서 몇 가지 조건을 제시한다. 하나, ‘미안해’ 뒤에 ‘하지만’ ‘다만’같은 변명을 붙이지 마라, 둘, 무엇이 미안한지 구체적으로 표현하라, 셋, 내가 잘못했다는 것을 명확히 하라, 넷, 개선 의지나 보상의사를 밝히라, 다섯, 재발 방지를 약속하라, 여섯, 용서를 청하라 등이다. 그리고 전신의학자 아론 라자르는 〈사과 솔루션〉에서 잘못된 사과의 유형을 보여준다. 예컨대, “제가 어떤 잘못을 했건 사과드린다”(애매한 립서비스), “본의 아니게 잘못이 있을 수 있다”(수동적 표현), “만약 제 실수가 있었다면...”(조건부 사과), “크게 사과할 일은 아니지만...”(잘못의 축소), “피해를 줬다니 유감이다”(교만한 태도) 같은 것들이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에게 “너나잘해”라고 막말을 한데 사과했다. 그는 “저의 부적절한 발언으로 심려를 끼쳤다. 국민여러분과 안대표에게 사과드린다”고 했다. 그런데 말입니다. 여기서는 더 중요한 것은(이 대목은 ‘이제는 말할 수 있다’-김상중 버전으로 ^^) “저도 할 말이 많지만, 여당 원내대표로서 말의 품격을 지켰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저도 할 말이 많지만~” 앞서 말한 ‘잘못의 축소’에 해당되고 진정한 사과라 보기 어렵다. 또한 일당 5억의 주인공이자 황제 노역으로 논란을 빚은 허재호 前대주그룹회장도 사과문을 발표했다. “어리석은 저로 인해 심려를 끼쳐드려 통렬히 반성한다면서 가족재산을 모두 팔아서라도 벌금을 내겠다고 했다. 그런데 말입니다. 여기서는 더 중요한 것은 다음 대목입니다. “한 그룹을 움직이다가 재산 전부를 아무런 조건 없이 회사에 투입하다 보니 오늘 이 지경까지 이르렀다”는 것이다. 이 역시 구차한 자기변명에 불과하다.
소식지 제64호 오문완 공동대표님의 원고 제목은 “눈물이 마를 날은 언제인가”입니다. 소식지에 제목이 잘못 나간 점을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편집위원회 일동)
어찌되었던 오문완 공동대표님의 “눈물이 마를 날은 언제인가”라는 제목으로 글이 나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4월16일 오전 8시55분경 목포해양경찰청 상황실에 침몰 신고가 접수된다. 그리고 우리의 눈을, 우리의 생각을, 멘붕에 빠지게 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할 말이 없다. 어이가 없다.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불과 며칠 전 경주 마우나리조트 사고로 많은 희생자가 발생해서 애도의 눈물이 체 마르지도 않았는데 이런 일이..21세기를 살아가는 지금 현재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입니다.
삼가 고인의 명목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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