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4-03-27 09:44
[64호] 인권포커스 - 모녀와 절망의 사회복지
 글쓴이 : 섬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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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녀와 절망의 사회복지



이승진 l 울산시민연대 상근활동가


2013년 3월 19일, 울산 중구의 동주민센터에서 근무했던 사회복지 공무원이 차안에서 번개탄을 피우고 외로이 떠났다. 그리고 오늘이 1년째 되는 날이다. 그동안 무엇이 달라졌을까? 달라지기는커녕 세상을 등지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서울 송파구 세 모녀에 이어 경기도 동두천과 광주에도 세 모녀가 존재했다. 상대적으로 경제규모가 낫다는 울산이라고 다를 게 없었다. 최근 북구와 중구에서도 우리는 여지없이 세 모녀를 목도해야 했다. 복지를 전달하는 사람,
인권포커스
복지를 전달받아야 하는 사람 모두 세상을 떠나는 한국사회, 무엇이 그들을 절망으로 몰아넣은 것일까?

세 모녀의 사정을 통해 우리나라 복지 사각지대를 살펴보자. 대통령이 “있는 복지제도도 이렇게 국민이 몰라서 이용하지 못한다면 사실상 없는 제도나 마찬가지”라고 했지만 알았다 하더라도 아무런 혜택을 받을 수 없다. 3인 가구가 ‘기초생활보장’을 받기 위해서는 소득인정액이 최저생계비 132만 9,118원보다 낮아야 한다. 그러나 이 가구는 월수입 150만원 수준이라 수급자가 될 수 없다. 설령 이보다 수입이 낮더라도 ‘부양의무제’가 공고히 버티고 있기 때문에 무소용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불구하고 정부와 여당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개정해서 최저생계비 제도를 없애려고 한다.

또한 주 소득자의 사망과 질병, 화재 등에 의해 위기 상황에 처하면 ‘긴급복지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손목골절은 입원이 안 되니 지원받을 수 없다. 지원을 받더라도 50만원의 월세를 내고 나면 약간의 생계비만 남는다. ‘임대차보호법’ 상 38만원에서 50만원으로 단기간에 31.6%나 인상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만 우리나라에서 주거 문제는 공공영역으로 인식되지 않으니 이를 제재할 방법도 없다. 출퇴근 중에 발생한 사고는 업무상재해로 인정되지 않아서 ‘산재급여’를 받을 수도 없다. 손목골절인 상태에서 재취업활동을 할 수 없으니 ‘구직급여’를 받을 수도 없다. 다쳤을 때 받을 수 있는 ‘고용보험 상병급여’도 구직급여를 받지 않았다면 이 또한 받을 수 없다. 이것이 현재 한국사회가 지닌 복지 시스템의 사각지대이다.

한편 이런 상황에서 혹사당하고 있는 사회복지 공무원만 다그친다고 해결이 될까? 이들이 하는 업무만 296가지다. 이 가운데 170여 개가 읍면동에 집중된다. 2~3월은 아예 ‘죽음의 달’이라 불린다.

2007년 대비 업무량은 157%가 증가했지만 인력은 4.4%만 증원됐다. 부족한 인력에 행정서류를 처리하는데도 급급하니 대통령이 이야기하는 ‘찾아가는 복지서비스’가 이루어질 리 만무하다. 사회복지 공무원 인력 확대와 함께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고용?복지서비스 통합전달체계 확산 계획’과 연계해서 부채와 주택, 건강, 자녀, 노인, 알코올, 각종 폭력, 취업, 이혼 등 복합적인 위기에 놓인 사람에게 통합적 연계 상담을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소득이 낮은 사람들을 위해 최저임금을 높이는 한편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도 줄여나가야 한다. 소득세의 상위 구간을 세분화해서 최고세율은 높이고, 각종 법인세의 감세정책을 전반적으로 축소해야 한다. 이러한 정책들이 균질하게 진행되어야 일 할 맛이 나고 세금 내고 싶은 나라가 되지 않겠는가? 더불어 행정 인력의 소모를 줄이기 위해서는 ‘사회보험 안내서’와 기초생활보장제도와 긴급복지제도 등 ‘핵심 복지제도 안내서’를 제작해서 학교와 터미널, 기차역, 병원, 고용센터, 요양시설 등에 비치해야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한 가지, 이제 학교에서 복지와 노동권에 대한 교육이 제도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시점이 되었다.








글을 쓰신 이승진 님은 울산시민연대에서 사회복지센터를
담당하고 있는 상근 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