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4-03-03 15:34
[63호] 회원 글 -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한 '만기친람'
 글쓴이 : 섬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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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한 '만기친람''

김창원 l 회원

일간지 신문에 1면 톱기사 제목이 ‘만기친람 대통령’입니다.
그 뜻이 궁금해서 살펴보니 ‘만기친람’이란 모든 일을 직접 챙긴다는 뜻입니다.
각종 자리에서 국정현안의 세세한 부분까지 일일이 지시하는 ‘박대통령 스타일’, 일명 ‘깨알 리더쉽’에 대한 이야기구요.

쇼트트랙 안현수 선수의 러시아 귀화와 관련하여 한마디 했군요.
“안 선수가 최고의 실력을 가지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자신의 꿈을 펼치지 못하고 다른 나라에서 선수활동을 하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 “파벌주의, 줄 세우기, 심판부정 등 체육계 저변에 깔려있는 부조리와 구조적 난맥상에 의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다음날에는 이른바 ‘염전 노예사건’을 언급했습니다.
“소설보다 현실이 더 기가 막힌 일들이 많다고 하더니 정말 이런 일이 있을 것이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나”며, “정말 21세기에 있을 수 없는 충격적인 일”이라고 말했네요.
이어 “검찰과 경찰에서는 이번 사건도 그렇고 또 다른 외딴 섬에서 이런 일이 혹시 있지는 않은지 조사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철저히 뿌리를 뽑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합니다.

정말 살뜰하니 어머니 마음으로 국민을 살피는 것 같습니다. 대통령 후보시절 여성을 강조하더니 아마 그래서 더욱 살뜰하게 잔잔한 것들을 챙길 수 있나 봅니다. 대통령이 직접 이야기 했으니 많은 사람들도 무언가 제대로 서겠거니 기대감을 가지고 지켜봅니다. 당사자들은 더욱 큰 기대감을 안고 기다리겠지요.

그런데 참 이상합니다.
아프리카 예술박물관에서 벌어진 아프리카 예술인들에 대한 노동착취 논란에 대해서는 말을 하지 않습니다.
쥐구멍으로 쥐가 드나들고, 물이 넘처나는 거실, 바닥 난방이 되지 않고, 벽은 곰팡이로 가득한 숙소.
1인용 침실에 3명이 함께 사용하고, 하루 식비는 2500원. 그마저 제공된 쌀은 유통기한이 지난 것들.
월 60만원에 하루 3회 공연, 청소, 어린이 관객 교육.
“어느 나라에서도 이런 대우를 받아본 적이 없다. 박물관은 내 삶과 예술을 죽인 것이나 다름없다”
유럽 등 11개국에서 공연을 해온 전문 무용수 엠마뉴엘의 말입니다.

그런데 참 이상합니다.
서울시 탈북공무원 간첩단 사건에 대해서는 말을 하지 않습니다.
1심 무죄판결, 항소심에서 검찰이 핵심 증거로 제시한 유우성씨의 ‘중국-북한 출입경기록’에 대하여 중국 당국이 위조문서라고 확인했습니다.
8개월간의 독방생활, 그리고 서울시청 공무원으로서의 새로운 출발에 대한 꿈과 희망의 좌절.
한 사람의 삶이 처절하게 무너졌음에도 말입니다.

만기친람의 대상에 확연히 구분되는 점이 있습니다.
대통령이 직접 챙기기에는 너무 버거운 사람들이 당사자들이었나 봅니다.
염전주인은 현역국회의원이면서 새누리당 사무총장인 홍문종의원보다 만만해 보입니다.
빙상연맹은 검찰이나 국정원보다 다루기가 훨씬 편합니다.
그러기 보니 확실한 내편인가 아닌가도 판단기준이 되었나 봅니다.

비정상을 정상화시키고자 하는 노력, ‘만기친람’에는 분명한 선이 있어 보입니다.
첫째, 가해자가 내편인가 아닌가를 본다.
둘째, 가해자가 가지고 있는 힘이 어느 정도인지를 본다.
셋째, 어루만져주면 피해자가 내편이 될 확률이 어느 정도 되는지를 가늠해 본다.
그리고 은전(恩田)을 베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