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족’과 ‘노동자’는 합성되지 않는다!
김창원 l 회원
귀족노조~! 귀족노동자~!
대기업 혹은 공공성이 강한 공사의 노동자들이 파업이 벌어지면 등장하는 단어다.
철도노동자들의 파업이 시작되자 이번에도 어김없이 귀족노동자란 단어가 언론을 장식했다.
그리고 이에 기대어 파업을 비난하는 공공연한 댓글들...
갑자기 귀족이란 단어가 궁금해진다.
사전을 찾아보니 ‘가문이나 신분 따위가 좋아 정치적?사회적 특권을 가진 계층, 또는 그런 사람“이라 설명되어 있다.
관련어휘로 구분해보면 ‘귀족’이란 단어와 비슷한 말은 지배계급, 특권층, 양반, 지배층 등이고, 반대어휘는 서민, 일반인, 상민 등이다.
관련어휘로 살펴보면 이들은 지배계급이거나 지배층은 아니다. 양반이라 하기도 뭐하다.
관련어휘상 특권층이라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과연 철도노동자들은 어떤 특권을 누리고 있을까?
귀족들의 특권 중에는 ‘세습’이 있다. 세습고용 이야기가 나온다. 업무상 재해로 사망한 현장직원의 경우 자녀나 배우자를 특채하는 제도가 있는데 이를 세습고용이라고 도색한 것이다. 덕분에 이 제도는 2005년 공사로 출범하면서 사라졌다. (필자는 이를 복지의 후퇴이며 회사일을 하다 받게 된 유족의 고통을 개인의 책임으로 떠넘긴 반사회적 행위라 생각한다.)
철도노동자들에 대한 귀족딱지는 어떤 근거를 가지고 있을까?
가장 많이 이야기 하는 게 임금이다. 2012년 평균 연봉인 6,305만원이다. 고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이란 소리다. 많은 금액일 수 있다.
그 속을 들여다보자.
평균 근속년수 19년, 군대호봉까지 포함하면 22년이다. 철도 특성상 야간근무, 휴일근무에 따른 추가수당과 복리후생비를 포함한 금액이다. 2011년도 신입초봉은 2,500만원이다.
2012년 도시근로자 월평균 가구당 수입은 3인가족 기준 449만원, 연봉으로 치면 5,388만원 정도다. 2012년 공무원 평균임금은 5,220만원이다. 300인 이상 대기업 직원 평균연봉은 5,860원이다. 주요공사들의 임금과 비교해보면 높지도 않다. 수자원공사 15년 근속 7,278원, 도로공사 15.3년 근속 7,283원, LH공사 15.1년 6,574원, 한전 18.4년 근속 7,3030원.....
세세히 들여다보니 딱히 귀족이라 불릴만한 근거가 없다. 그럼에도 귀족이란 딱지가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같은 노동자임에도 불구하고, 계급적 동질감보다 더 큰 상대적 박탈감이 언론의 프레임에 빠져든 것이다. 그 속에서 본질이나 구조를 떠나 '나보다 더 잘 벌고 잘 사는 놈들'에 대한 박탈감이 분노로 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이를 누군가(?)가 교묘히 이용하고 있고.....
언제부터 귀족노조란 말이 쓰인 것일까? 참 귀에 거슬리는 단어다. ‘귀족’이란 단어와 ‘노동자’란 단어가 전혀 어울리는 조합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류역사 어디에 어느 귀족이 땀 흘리며 자신의 노동을 파는 노동자였던 적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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