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4-01-06 15:25
[60호] 인턴일지 - 마라톤 대회를 끝내며...
 글쓴이 : 섬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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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대회를 끝내며...




최진석 l 3기 인턴

유난히 무더웠던 올 여름, 나는 울산대에서 주관하는 인턴십을 통해 울산인권운동연대에서 인턴 활동을 하게 되었다. 처음 전반적인 업무에 대해 배우면서 국장님을 비롯하여 감사님과 차장님은 항상 마라톤 대회의 중요성에 대해 말씀 하셨다. 나는 기본적인 업무에 익숙해지기도 바쁜 시기인데다가 한창 더운 7월에 겨울의 문턱인 11월에 있을 행사는 걱정도 되지 않았다.

나의 이런 무관심과는 다르게 사무국에서는 여름의 늦더위가 채 가시기도 전부터, 아니 한창 더울 때부터 마라톤 행사를 준비하였다. 참가자 모집은 8월 1일부터 시작하였고 마감 후에도 참가 희망자가 많아 1주일을 연장할 정도였다. 8월말부터 마라톤 현수막을 걸고 마라톤 조직위 회의를 시작으로 10월부터 본격적인 준비를 하였다.

지금에서야 돌아보면, 소수의 인원으로 2천명에 육박하는 인원이 참여하는 마라톤 행사를 별 탈 없이 소화해내 다행이라고 생각하지만 준비 과정에서는 웃지 못 할 일들도 많았다.
마라톤 대회는 기념품과 상품을 나눠주는 것이 대회 업무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기념품과 상품에는 티셔츠, 메달, 트로피, 자전거 등이 있으며 대회가 개최되기 일주일 전부터 이 모든 물품들을 택배로 수령하는데 시간을 다 보냈다. 특히, 참가자 전원에게 나눠줘야 하는 메달과 10회 기념으로 제작한 무릎담요를 택배로 받을 때는 사무국 인원으로는 감당이 되지 않을 만큼 많았고 무거웠다.
오죽했으면, 택배기사님들이 메달과 같은 무거운 물품을 배송할 때는 인권운동연대 건물 입구에 택배상자만 내려놓고 재빨리 운전해서 사라질 정도였다. 정말 빠르게 사라지는 택배차량의 뒷모습을 보면서 알 수 없는 배신감과 야속함을 느꼈다.
그리고, 대회장에서 수령하기로 했던 무릎담요가 업체 측의 잘못으로 사무국으로 배송되어 2,000여개나 되는 무릎담요를 보관하는데도 고생을 했다. 이외에도 경산마라톤 대회에 리플렛 홍보를 나가려했으나 대회 자체가 취소되기도 하였으며, 동강마라톤 대회 때에는 비가 오는 바람에 홍보조차 못하였다.

마라톤 대회 전날인, 11월 2일에는 인턴 선배님들을 비롯하여 많은 분들이 대회 준비를 도와주셔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쉽게 짐을 옮길 수 있었다. 오후 3시가 되서야 마라톤 대회장 준비를 마치고, 저녁부터는 대회장에서 식사를 하고 차 안에서 잠을 잤다. 아침부터 땀을 흘려서인지 추운 날씨에도 침낭 속에서 푹 잠을 잘 수 있었다. 처음 경험해보는 대회 준비였지만 2기 인턴이었던 종완이 형이 집에 가지 않고 끝까지 같이 있어주어 부담감을 덜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대회 당일에는 새벽 5시에 일어나 준비를 하였다. 해가 뜨고 대회 시작 시간이 다 되어가니 진행요원과 자원봉사자들이 오기 시작하자 그제야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나는 대회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주차 요원을 하였다. 참가 신청자가 1,900명을 넘어서, 자가 차량을 이용한 사람들도 굉장히 많아 시간이 갈수록 주차할 자리가 부족해졌다. 파크 골프장 옆의 공간까지 개방하고도 자리가 없어서 우왕좌왕 하기까지 했다. 어찌되었던 무사히(?) 주차 업무를 끝냈다는 안도감에 싱글벙글 본부석으로 달려갔다.

길고도 험난했던 대회 준비와는 달리 당일 대회는 꿈꾸는 것 마냥 금방 지나가버렸다. 그렇게 많던 사람들이 대회가 끝나자마자 빠져나가고, 우리는 다시 대회장을 정리하였다. 수개월을 준비하며 ‘얼른 마라톤만 끝나라!’라고 외쳤던 마음과는 다르게 막상 대회가 끝나니 시원함보다는 섭섭한 마음이 먼저 들었다.

인턴을 하면서 학생이라는 신분으로 공모전이나 해외봉사 등의 대외활동과는 다른 색다른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2달이 채 안 남은 인턴 기간 동안 또 어떤 경험을 하게 될지 설레기도 하며, 실수투성이였던 지난 인턴 활동을 생각하면 아쉽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단 하루 열리는 인권마라톤을 위해서 수많은 분들이 오랜 기간 동안 진심을 다해 도와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소식지를 통해 대신 전해드리고 싶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