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죽이고 공사해라!!!
- 밀양 송전탑 현장을 가다 -
최민식 l 상임대표
밀양 송전탑 공사가 강행된다고 합니다. 주민들이 죽음을 걸고 막겠다며 인권단체를 비롯 시민사회에 긴급 도움 요청을 하고 있습니다.
새벽 4시 쯤 공사를 시작하니 오늘 밤에 가 있어야 한다고 따듯한 옷을 챙겨 입고 길을 나섰다가 되돌아 왔습니다. 오늘 밤은 괜찮다고 연락을 받고 되돌아오면서 요즘 우리나라의 모습을 곰곰이 생각해 보다 문득 가을임을 떠올렸습니다.
이 땅의 민중들이 거대 권력에 맞서 항거했던 3.1운동, 4.19혁명, 5.18광주항쟁, 6월민주항쟁 등 봄을 전후로 한 상반기에 일어난 일들입니다. 가을 이후 일어난 기억이 별로 없습니다. 그 이유는 이글을 읽는 분들에 고민거리로 드립니다.
밀양 송전탑은 높이 140m의 거대한 구조물로 세계 최대 규모입니다. 신고리 핵발전소에서 만든 전기를 북경남 변전소까지 보내는 초고압 송전선로입니다. 해당지역은 우리나라 농촌의 전형으로 7.80대 노인들이 대부분입니다. 그 노인들이 무슨 영화를 누리겠다고 2∼3년을 거리에서 산에서 악다구니를 해가며 한전과 정부에 맞서 왔을까요?
밀양 송전탑 공사가 문제가 된 것은 2008년 7월 지역 주민들이 집회를 열고 송전선로 백지화를 요구하면서 시작 되었습니다. 농사가 천직인 주민들이 조상 대대로 이어온 논 한가운데 송전탑이 세워진다는데, 삶의 터전의 위협받는 다는 데 가만히 있을 사람은 없습니다.
2012년 1월 산외면 보라마을의 이치우씨(당시 74세)가 송전탑 반대를 외치다 분신 사망하고, 국회까지 나서 봤지만 주장의 첨예한 대립만을 확인하는데 그쳤습니다.
한전은 밀양 송전탑 공사 강행 이유가 심각한 '전력난' 때문이라고 주장하며 여론을 호도하고 있지만 현재의 ‘전력난’하고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는 것은 조그만 관심을 가지면 알게 됩니다. 신고리 3호기 준공되어 가동 되어도 기존선로를 이용해서 송전이 가능하다는 것은 한전도 인정하는 일입니다. 선로의 지중화도 한 방법입니다.
근원적으로 핵발전에 의존하는 전력 체계를 바꿔야 합니다. 고리를 비롯한 이 나라 곳곳에 핵발전소를 계속 늘려 가겠다는 정책에 근본 변화를 요구하는 것입니다. 한국은 핵 발전에서 전기를 얻는 비율은 한국이 31%로 세계 2위입니다. 핵 발전이 23기로 앞으로 14년 사이에 11기를 더 지을 예정입니다. 핵발전이 아주 위험하다는 것은 세상이 다 압니다. 또한 핵발전의 안전하지 않다는 것도 세상이 다 압니다. 그런데 아주 안전하다고 우기는 사람들이 왜 이리 많은 지 불가사의 한 일입니다. 거기에 비리로 얼룩져도 안전에 문제없다는 것인지, 관심이 없다는 것인지 우리 사회의 원전 불감증은 보통 큰일이 아닙니다.
주민과 대화를 하겠다고 나선 국무총리는 공사 강행 말고는 다른 대안이 없다며 최후 통첩하듯 주민들 가슴에 대못만 박고 돌아갔습니다. 가구당 400만원 주겠다며 큰 선심인양 제안하자 주민들은 집집이 400만원씩 모아서 줄 테니 송전탑을 설치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합니다. “우리는 보상을 더 받기 위해 이러는 것이 아닙니다.”
“국가사업 인데 개인의 불이익은 공공을 위해 감수 해야지” 과연 그럴까요?
밀양 송전탑 주민들의 분노는 그들만이 특별한 반응이 아닙니다. 정부정책으로 삶에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 그 정책을 결정할 때 참여하지 못하면 갈등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특히 삶의 질과 관련된 문제는 격렬한 저항에 부딪칩니다. 어느 사회건 공공의 갈등은 존재합니다.
더군다나 권력과 시민의 갈등은 민주주의의 한 단면이기도 합니다. 어떻게 갈등을 풀어내는 가가 민주주의 성숙도의 가늠자입니다. 지금 밀양에서 공사강행은 이 갈등을 푸는 데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 합니다. 더 악화시킬 뿐입니다. 경찰의 공사강행을 위한 행위는 부당한 일이며, 공권력으로서의 정당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꼴입니다. 주민들의 안전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개입하다니 이제는 노골적으로 주민들을 범죄자 취급하고 있습니다.
국가나 자본권력에 맞선 시민의 행동이 참다 참다 마지막 선택으로 요구되어 질 때 공권력의 정당성은 훼손되기 마련입니다. 밀양 송전탑 현장에서 공권력의 자세는 한없이 겸손해야 합니다. 공공 갈등을 해결하는 기본은 공권력이 중립입니다. 주민의 절박함과 절실함을 보듬어 줄 공권력을 그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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