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4-01-06 14:38
[59호] 편집위 생각? - ‘일자리가 늘어야 기업이 산다’
 글쓴이 : 섬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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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가 늘어야 기업이 산다’

“기업이 살아야 일자리가 늘어납니다.”
길을 가다 눈높이에 맞춤하니 들어오는 높이에 새겨져 있는 문구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었습니다.
어디선가 눈에 익은 익숙한 문구 입니다. 한참 생각 끝에....... TV 광고에서 본 기억이 납니다.
돌아서 발걸음을 옮기는데 ‘일자리가 늘어나야 기업이 삽니다가 맞는 게 아닌가?’라는 의문이 듭니다. 아무래도 앞뒤 문구가 뒤바뀐 듯싶습니다.
기업이 산다고 일자리가 늘어나나? 아닌데…….
기업은 살아도 일자린 안 늘어날 수도 있는데…….
일자리가 늘어나면 기업이 살까?
당연히 일자리가 늘면 소비가 늘어나고 기업도 살지!

늦은 저녁을 먹으려 밥상머리에 앉았는데 며칠 전 신문지면에 새겨져 있던 기사제목이 떠오릅니다. 기업들 자산은 늘었는데 고용은 별로 늘지 않았다는 제목이었습니다.
재활용 망태로 들어가지 않고 쌓여있는 신문들을 들추어봅니다.
“기업들 자산 1조원 늘 때 고용은 고작 220명 늘어”라는 제목입니다.
신문 오던 날엔 제목만 훑어보고 지나쳤는데 다시 펴들고 기사내용을 살펴봅니다.
국내 500대 기업들이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자산이 10억 원 증가할 때 고용은 0.22명 늘어났다고 합니다. 20대 대기업의 고용계수는 0.17명으로 더 떨어졌다고 합니다. 국가 평균치가 1.25명인데 이를 넘는 기업은 69곳에 불과하다고 하네요.
그러고 보면 국가가 기업보다 훨씬 고용창출 능력이 뛰어난 것이네요. MB정권기간 동안 일자리 창출을 위해 규제완화와 세금 감면에 나섰는데, 그냥 국가가 세금을 거두어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더 나을 뻔 했습니다.

500대 기업 중 자산 증가에도 불구하고 고용이 감소한 기업을 보니 입이 저절로 벌어집니다. 자산 10억 원 증가대비 고용감소 1위가 쌍용양회공업(-29.2명)이고, 그 뒤를 이어 쌍용자동차가 -18.3명으로 2위를 달리네요. 대량정리해고와 경찰의 무력진압으로 논란을 빚으며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상처를 안겨준 회사인데 말이죠.
그러고 보니 구조조정 바람이 불었던 서울메트로(-1139명), 한국전력공사(-1402명), MBC(-179명), SBS(-167명)도 모두 자산증가에도 불구하고 고용은 줄었네요.

수없이 반복된 광고로 인식된 효과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기업이 살아야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진리(?)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었네요. 앞뒤 문구가 바뀐 줄도 모르고 말입니다. 이제라도 앞뒤 문맥을 바꿔 읽어보는 연습을 해봐야겠습니다.
‘일자리가 늘어야 기업이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