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벽강에서 혁명을 기리다
최민식 l 상임대표
우리나라 인권역사 속에 동학농민혁명은 위대한 사건입니다. 아직도 그 기상이 전해옵니다. 1박2일 짧은 여정으로 들불처럼 타오르다가 사그라진 동학 농민군의 핏빛 혼(魂)이 서려 있는 전북으로 인권평화기행을 나섰습니다.
농민들이 수탈과 착취에 분연히 떨쳐 일어나 반봉건 반외세의 기치를 들고 첫 전투를 했던 황토현, 그 자리는 소나무 숲이 되어 백년의 세월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동학농민혁명기념관을 거쳐 변산반도 격포 적벽강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여장을 풀었습니다. 새만금 방파제에 막혀 돌아오는 물길을 회한으로 껴안는 변산만 격포항은 핵폐기장 건설 예정지로 유명했던 위도의 관문이기도 합니다.
탱크 소리(코고는 소리)에 깜짝 잠에서 깨어 변산해변을 걸어봅니다.
황토현의 함성 소리가 소리 없는 파도에 실려 적벽강의 고요한 새벽을 깨웁니다. 우금치를 피로 물 들였던 농민군의 혼이 서린 듯 바위마다 붉은 빛으로 다가옵니다. 적벽강은 붉은색을 띤 바위와 절벽으로 해안이 이루어져 있는 곳입니다. 서해 바다에 비친 적벽강은 진홍색이 영롱하여 그 경이로움에 나도 몰래 노래<이 산하에>를 흥얼거려 봅니다.
기나긴 밤이었거든 압제의 밤이었거든
우금치 마루에 흐르던 소리 없는 통곡이어든
불타는 녹두 벌판에 새벽빛이 흔들린다해도
굽이치는 저 강물 위에 아침 햇살 춤춘다 해도
나는 눈부시지 않아라
폭정의 폭정의 세월 참혹한 세월에
살아 이 한 몸 썩어
인권포커스
져 이 붉은 산하에
살아 해방의 횃불 아래 벌거숭이 이 산하에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
-인내천-
이 시에서 동학사상은 지금 세상이 끝나고 백성들이 바라는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이라는 ‘후천개벽’의 혁명 실현을 제시합니다. 수탈과 억압에 짓눌렸던 당시 백성들에게 희망이었습니다. 하지만 농사짓던 농민들이 근대 무기로 무장한 일본군을 이기기는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결국 동학 농민군은 공주 우금치에서 수많은 사상자를 내고 혁명의 꿈을 접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동학농민혁명은 근현대사의 전환점이자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시발점이 되었습니다. “백성을 사랑하고 정의를 위한 길이 무슨 허물이란 말인가” 농민군의 이 혁명의 정신은 아직도 살아있으며 살아있어야 합니다.
나라가 온통 난리입니다. 내란음모 사건의 가져올 파장이 이 만큼일 줄을 국정원은 잘 알고 있는 듯합니다. ‘혁명’은 이 사건에서도 키워드입니다. 진실은 드러나기도 왜곡되기도 합니다. 거론 그자체가 진실에 영향을 미칠지 모릅니다. 무엇보다 그 어떤 수사(修辭)도 끓고 있는 분노의 마그마를 막을 수 없습니다. 그냥 시간이 필요할 뿐입니다.
그러나 ‘국정원 촛불’은 더 환하게 더 강하게 타올라야합니다.
왜냐면! 그것이 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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