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5-01-24 18:54
[193호] 시선 둘 - 국민의 군대, 우리의 군대!
 글쓴이 : 사무국
조회 : 74  
국민의 군대, 우리의 군대!

윤경일


2024년 12월 3일. 연말이 다가오는 때.
오랜만에 연대식구들과 오뎅을 안주로 한 열린주방의 주방장으로 얼큰하게 2024년을 보내는 기분을 누렸다.

자리가 파하고 집으로 가 유튜브 뉴스를 트는 순간 내 눈을 의심했다. 윤석열이 앉아서 계엄선포를 하는 장면이 나오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딥페이크 뉴스도 잘 만들어 나오는 구나” 하고 웃어넘기고, 다른 유튜브 채널들을 확인해보았다. 실상황으로 경찰이 국회출입을 통제하자 국회의원들이 국회로 담 넘어 들어가고, 또 실시간으로 성난 시민들이 국회 앞으로 모여들었다. 계엄포고령이 발표되고 곧 군 헬기들이 국회에 착륙하는 장면까지 나오는걸보 면서 “가짜뉴스 같은 것이 아니구나”, 계엄이 진짜 발동되었다는 것을 현장 화면을 보면서 깨달았다.
야간 투시경에 방탄복, 총기로 무장한 특수부대원들이 국회의사당 본관 앞에서 국회보좌관 등과 실랑이를 하고, 유리창을 깨고 청사 내로 진입하는 상황을 보면서 “사람이 다치는 일이 없어야 하는데”라는 걱정이 먼저 들었다.

곧 국회 본회의장 내부가 비춰지며, 재석 190인의 만장일치 찬성으로 비상계엄 해제요구안이 통과되어 한시름 놓았고, 군이 철수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4시 반이 되어서야 윤석열은 비상계엄 해제 담화를 내놨다.
“국가의 본질적 기능을 마비시키고 자유 민주주의 헌정 질서를 붕괴시키려는 반국가 세력에 맞서 결연한 구국의 의지로 비상계엄을 선포하였습니다. (…) 거듭되는 탄핵과 입법 농단, 예산 농단으로 국가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무도한 행위는 즉각 중지해줄 것을 국회에 요청합니다.” 계엄선포 때와 마찬가지로 탄핵과 예산삭감 등이 헌정질서를 붕괴시키는 것이라서 계엄을 한다는 논리를, 해제하면서도 그대로 읊고 있었다. 헌법이 부여한 국회의 권한에 따라 행정부의 국무위원 등을 탄핵하고, 특별활동비 등 지출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는 불요불급한 예산을 삭감하는 것이 헌정질서를 붕괴시키려는 반국가 세력이라고 하는 언급에 대한 평가는 이미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분들이 정립하셨을 것이다.

물론 12월 14일 헌법과 법률에 의거해 내란죄를 범한 대통령 탄핵 소추안을 의결하였고, 한 달을 지나, 해를 넘긴 1월 15일 윤석열은 ‘내란 우두머리 죄’로 체포되어 감옥에 들어가 앉는 몸이 되었다.
사실 이 글은 내란의 사실관계나 법리를 살피고자하는 것이 아니라, ‘왜 군대는 이 민주주의 시대에 계엄에 동원되는가? 군 장성들은 왜 이번 내란에 동조하였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군대는 ‘제복 입은 시민’이 그 사회를 외부의 적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훈련되고 유지되는 조직이다. 또
한 전시, 사변 등 민주사회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 군이 나서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것은 군의 당연한 의무이자 군대의 목적이다.

그러나 이번 내란 상황에서 군 장성들은 왜 내란 모의 참여 및 지휘, 주요임무에 종사하였는가?
이에 대한 답은 결국, 하나의 공무원 조직인 국군에서 고위급 장교들이 얼마나 자신의 영달을 원하였고, 자기 자신의 복무목적인 민주주의에 대한 수호에 대하여 의지가 부족한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러한 장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 있다. “나는 대한민국 장교로서 국가와 국민을 위하여 충성을 다하고 헌법과 법규를 준수하며 부여된 직책과 임무를 성실히 수행할 것을 엄숙히 선서합니다.”라는 장교 임관 시의 임관 선서이다.
지금 군에 복무하는 모든 장교들이 다시 한번 오만촉광(촛불 오만개의 빛)의 소위 계급장을 달 때의 초심을 되돌아보길 바란다.

글을 마무리하면서 덧붙이자면, 이번 계엄 상황에서 우리 군대는 일부 계엄에 동조한 장성을 제외하고 국민의 군임을 증명하듯 모든 임무에서 시민들이 다치지 않도록 하는 행동을 보였다. 앞으로도 대한민국 국군은 국민의 군대로 우리나라의 안전과 국토를 방위하는 신성한 의무를 그 사명으로 지킬 것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으면서 글을 마친다.


※ 윤경일 님은 울산인권운동연대 이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