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5-01-24 18:51
[193호] 이달의 인권도서 - 다크 넛지 / 로라 도즈워스, 패트릭 페이건 (박선령 옮김) 저 / 포레스트북스 2024
 글쓴이 :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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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넛지

로라 도즈워스, 패트릭 페이건 (박선령 옮김) 저 / 포레스트북스 2024 / 정리 : 오문완


이 책은 [서문]에서 “우리는 아침에 집을 나서려고 신발을 신기도 전에 이미 수십 번 조종당한다. 휴대폰, 시리얼 상자, 연인 등 그 모두가 우리를 자극하고 넛지(nudge,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란 뜻으로 사람들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을 말한다)하고, 밀어붙여서 뭔가를 따르게 하려고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시작합니다.(8쪽) 시리얼 상자니 연인이니 하는 부분이 그다지 와 닿지 않는다면, 어느 (인터넷)서점에서 정리하고 있듯이 “우리는 아침에 집을 나서기도 전에 주방의 식품 포장지, 뉴스, TV 광고와 프로그램, 끊임없이 알림과 진동을 울리는 스마트폰에 해로운 설득을 당하고 있”다는 것으로 바꿔 읽으면 감이 올 것 같군요. 그리고 부제(副題)가 <치밀하고 은밀한 알고리즘의 심리 조작>이니 저자들이 우리한테 전해주고 싶은 얘기를 충분히 짐작함 직합니다.
시중에는 설득자, 선전가, 픽업 아티스트가 사용하는 음흉한 기술을 가르치는 수천 권의 책이 있답니다.(기업이 이익을 취하기 위해 소비자의 비합리적인 소비를 유도하는 이 해로운 설득을 ‘다크 넛지’라고 부릅니다.) 이 책은 그런 음흉한 기술에 맞서는 첫 번째 방어서이고, 정보 전쟁터에서 살아남기 위한 현장 매뉴얼(11쪽)인데, 우리를 조종하려는 수많은 노력을 인식하고 무시하고 떨쳐낼 수 있도록 준비시켜 준답니다. 조작이 개입하지 않는 영향력이 존재하는 건 망상일 뿐이니 떨쳐내야 하고(8쪽), 진짜 뉴스와 가짜 뉴스를 걸러내고 어떤 제품을 사야 할지 판단하고, 어느 정당에 투표할지 정하는 등 올바른 선택을 하려면 자기 마음을 알아야 하는데, 자기 마음에 영향을 미치는 것들을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어야 자신의 진정한 마음을 알 수 있다네요.(11쪽)

책 표지에는 이런 문구도 등장합니다. “1개월 무료 체험 하시겠습니까?” 어디서 많이 보던 문구지요. 저는 가끔 유튜브를 보는데 조금 보다 보면 이 문구가 유혹을 합니다. 이 유혹에 넘어가면 망쪼(?!)가 드는 거지요. 책에서 소개하듯이 한 달의 무료 체험 후 나도 모르게 통장에서 돈이 쑥쑥 빠져 나가지까요. 정신 차리지 않으면 바보 되기 십상이죠. 이게 대표적인 다크 넛지랍니다.

애당초 넛지는 무지 숭상의 대상이었죠. 《넛지: 복잡한 세상에서 똑똑한 선택을 이끄는 힘(파이널 에디션)》[리처드 탈러, 캐스 선스타인(이경식 옮김), 리더스북, 2022]라는 책이, 소위 낙양(洛陽)의 지가(紙價)를 엄청 올렸지요. 이 책에서는 넛지의 대표 사례로 암스테르담 공항 소변기의 파리 모양 스티커를 듭니다. 이 아이디어만으로 소변기 밖으로 새어 나가는 소변량을 80%나 줄일 수 있었다고 합니다. 실은 이 사례는 이미 《정재승의 과학 콘서트》에서도 소개한 이야기입니다. 정재승은 이를 뇌과학이라고 했고, 다른 저자들은 ‘넛지’라고 얘기할 따름이지요.(행동경제학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여하간 《다크 넛지》는 정신 차리지 않으면 훅 간다는 경고를 줍니다. 그리고 20장에 걸쳐 우리에게 행동 지침을 주지요. 예를 들어 1장은 <우리 뇌는 전쟁터다>라는 제목으로 “이 세상은 온갖 정보가 싸우고 있는 전장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많은 의견이 우리 마음이라는 분쟁 지역을 차지하려고 경쟁을 벌인다. 단기적인 충돌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가운데 우리 생각과 행동을 바꾸기 위한 장기적인 전략을 실행하는 세력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을 보호하는 첫 번째 단계는 우리를 상대로 음모를 꾸미는 세력을 경계하면서 포기하지 않고 단호하게 전투를 준비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제 군인”이라고 요약하면서(21쪽), 세 가지 규칙을 제시합니다.

“① 모든 형태의 의사소통은 어떤 식으로든 우리를 설득하기 위해 고안되었다는 사실을 인식하자. ② 온종일 이루어지는 설득 시도와 이를 위해 사용되는 기술에 주목하면서 다크 넛지를 물리치기 위해 신중한 선택을 하자. ③ 가장 중요한 건 이 책을 빠짐없이 읽는 것이다. 이 책은 정보 전쟁의 전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야전 매뉴얼”입니다.(40쪽) 이런 식으로 17가지 요약과 규칙을 알려줍니다.(총 20장인데 세 개 장은 저자들 경험담이라 실은 17가지 얘기를 해주는 셈입니다.) 이 얘기들을 찬찬이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다크 넛지에서 벗어나는 길(예방접종)로 이 책은 세 가지 방안을 제시합니다. ① 사전 경고(설득 시도가 임박했다는 걸 알고 있으면 보다 순조롭게 저항할 수 있다.), ② 프리번킹(prebunking)(잘못된 정보가 유포되기 전에 사람들에게 경고하는 것), ③ 편견을 제거하는 개입이 그렇습니다.(83-94쪽) 사전 경고든, 프리번킹이든, 편견 제거든 전문가들은 조작에 대해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만장일치로 동의한답니다.(94쪽)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는 잠시 멈추고 지금이 결정을 내리기에 최선의 상태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라고 합니다. 혼자 힘으로 사회적 주기를 바꿀 수는 없지만 본인의 심리적 회복력을 높일 수는 있다네요. 일단, 멈춰야 한답니다(HALT). 자신이 유혹에 약해질 수 있는 심리적 상태에 있는지 파악하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4가지 유발 요인이 있는데 바로 배고픔(Hungry), 분노(Angry)(또는 불안), 외로움(Lonely), 피곤함(Tired)이고 이 머리글자를 합쳐서 HALT라고 한답니다.(271쪽)

유발 하라리(Yubal Harari)는 “인간은 자신이 더 이상 신비로운 영혼의 소유자가 아니라는 생각에 익숙해져야 한다. 우리는 이제 해킹가능한 동물이 되었다”고 말했다네요.(32쪽) 인생은 정신, 바로 우리 정신을 지키기 위한 싸움이랍니다.(28쪽) 자신의 욕구와 두려움, 약점을 이해하는 것은 부당한 설득에 저항하는 데 필요한 능력이고(474쪽), 의미를 찾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답니다.(498쪽) 그래서 자유로운 마음이 관건이 되는데(503-504쪽) 이 결론은 《넛지》의 결론인 ‘선한 넛지’와 연결되는 것이기도 할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