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4-01-06 14:18
[58호] 회원 글 - 인권, 사람, 자연, 우정을 안겨다준 인권평화기행에 감사하며 -
 글쓴이 : 섬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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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권, 사람, 자연, 우정을 안겨다준 인권평화기행에 감사하며 -

김연수 l 회원


인권평화기행을 알리는 문자를 받고 나는 먼저 인권보다 내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로 이번 기행을 떠나기로 했다. 친한 직장동료들과 함께 하면 더 즐거운 여행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지인들에게 함께 가자는 데에도 뜻을 모았고 떠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했다.

다른 분들은 가족들과 함께한다 하나, 나는 가족에게 평소에도 ‘엄마가 행복해야 가족이 행복하다’는 지론을 세뇌시켜 왔으며, 한번 씩 엄마만의 재충전 시간이 꼭 필요하다는 당위성을 알려오곤 했다. 배터리 충전을 하고 와야만 일상에서 아내, 엄마로서 제 역할을 잘 할 수 있기 때문에, 이번 인권기행을 엄마 인권을 찾는 재충전의 기회라고 이야기하고 검증된 외박(?)을 가족의 공감대 속에서 떠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기행을 선뜻 떠나고자 했던 이유는 무엇보다 목적지가 너무나도 맘에 들었기 때문이다. 서해안이라면 일몰과, 넓은 갯벌, 그 위에 두 손잡은 연인들도 생각나고 뭔가 낭만이 있을 것 같은......, 한번쯤은 가보고 싶은 동경의 장소였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번 여행지인 정읍, 부안, 변산반도는 어린 아이가 있는 엄마에게는 휴가지로 선택하기에는 너무 먼 길이라 선뜻 다녀올 수 없는 곳이다. 바쁘다는 이유로 한 번도 서해안을 가보지 못한 나에게는 꿈의 장소였다. 그러나 이렇게 개인적인 목적만을 두고 떠난 것은 아니다. 인권기행이라는 근본적인 목적을 좋아하기 때문에 떠난다는 속보이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이렇게 이번 여행은 여러모로 나에게 의미를 주는 기행이었다.

4시간을 달려 도착한 정읍, 동학농민혁명기념관에 들러 문화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동학혁명에 대해 공부했다는 말이 더 맞을 것 같다. 초등학교 교직 은퇴이후 문화해설사로서 제2의 인생을 살고 계신 60대의 문화해설사분은 예정된 한 시간을 훌쩍 넘긴 두 시간 남짓 되는 긴 시간동안 기념관의 하나, 하나를 거의 토시하나 빼지 않고 열정적으로 설명을 해주셨다. 간만에 수학여행 온 학생이 된 듯한 기분을 맛보았고, 그분의 열정에 한사람의 일탈도 없이 해설사의 설명에 열중하는 우리 인권연대 참가자분들의 모습 또한 아름다웠다. 우리가 동학혁명의 작은 정보 하나라도 더 알고 가기를 바라는 바램으로 더위도 잊고 설명하시는 60대의 문화해설사에게서 자기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는 20대의 열정을 느꼈다.


수많은 구직자들을 상담하는 일을 하고 있는 나는 요즘 청년구직자들이 20대의 열정을 잃어버린 것은 아닌가 아쉬울 때가 많다. 우리 청년구직자들이 그분의 열정을 조금이나마 배웠더라면 하는 바램을 해보았다. 하지만 아침도 뒤로하고 이른 아침 달려온 사람들을 생각해서 조금만 융통성 있게 설명을 해주셨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해설사의 설명이 길어져 조금 늦어진 점심은 송참봉 마을에서 정식을 먹었는데 식당 입구에 보니 예능프로그램인 ‘런닝맨’촬영지였는지 홍보사진들이 있었다. 이 식당도 정읍이 알리고 싶은 유명한 곳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식당까지도 이름난 곳을 잡아준 집행부에 감사를 드리고 싶다. 시장기가 반찬이라고 아주 맛있게들 식사를 했다. 역시 여행의 만족도는 먹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다음 일정으로 변산반도로 향했고 드디어 아이들이 기대하던 조개잡이 체험이 시작되었다. 그렇게 화면으로만 보던 서해안 갯벌과 일몰, 서해안 주민들은 이곳이 삶의 터전이긴 하나 하루 여행객인 나에게는 동경이 장소였고 아름다운 장소였다. 처음 해보는 조개잡이에 역시 어떤 일이든 숙련공은 달랐다. 회사에서 경력자를 선호하는 이유가 이런 것 같다. 준비도 부족했고 정보도 부족했던 나는 조개잡이에는 소질 없는 초보였다. 사회에서 이름 꾀나 하시는 우리 참가자분들도 나와 마찬가지였다. 모든 분야에서 전문가일 수는 없다. 다들 지금 이름 알리는 그 곳에서 계속 명성을 이어가시길 바래본다.

밤에는 잡아온 조개와 오리 바베큐 파티가 열렸고, 조금 가미된 음주가무는 여행의 첫날밤이 저무는 것을 아쉬워하듯 늦은 밤까지 계속 되었다. 바닷가에서 먹는 술은 취하지 않는다고 했던가? 그 이야기가 맞던 안 맞던 서해안 바람을 맞으며 먹는 술은 취하지 않았다. 아마도 바닷바람과 경치가 주는 장소의 효과인 것 같다.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일을 하시는 40여명의 참가자들의 소개도 들어보고 사는 이야기도 듣는 이 시간들이 새로운 만남과 장소를 찾아 나선 용기 있는 사람들이 아니고는 맛볼 수 없는 광경이다. 다들 인생 40을 넘긴 분들이 새로운 만남을 추구하고 새로운 장소로, 모르는 사람들과 여행을 갈 수 있는 일이 얼마나 자주 있겠는가? 다들 떠나오신 것만으로도 용기를 가진 분들이라고 말씀드리고 싶고, 용기 있는 자들만이 누리는 여유라고 생각하고 싶다.


다음날 아침, 시원한 바닷바람과 따뜻한 기운은 아침을 상쾌하게 했다. ‘역시 여행은 처서(處暑) 지나 이때가 딱이다’는 생각을 하게끔 했다. 그렇게 지겹던 올 여름 무더위! 언제 그랬냐는 듯 부안의 날씨는 너무나도 가을을 재촉하는 딱 좋은 날씨였다. 아침식사 후 부안의 명소인 격포 채석강을 둘러보고, 부안지역 인권 일을 도맡아 하는 해설사의 설명과 함께 새만금으로 향했다. 우리나라 사람 중에 뉴스에서 ‘새만금’이라는 말을 들어보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뭐가 문제였는지는 우리 지역이 아니었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나에게 영향을 주는 관심사가 아니었기 때문에 새만금에 얽힌 이야기는 자세히 알지 못했다. 그리고 알아보고자 하지도 않았다.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새만금을 돌아보면서 단군 이래 최대의 사기극이라고 거품을 물고(?)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이야기를 하는 해설사가 왜 그렇게 열변을 토하면서 이야기 할 수밖에 없는지를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었다. 같이 간 지인은 언젠가 가족들과 이 새만금을 둘러보면서 우리나라 기술이 이렇게 좋아졌다고 아이들에게 이야기했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새만금의 탄생비화가 이렇게 많은 문제와 이야기를 안고 있는지 정말 몰랐다면서 왜 교육이 필요하고 해설사가 필요한지를 새삼 깨달았다고 감회를 이야기하기도 했다. 새만금의 자세한 이야기는 이 지면에서 다룰 수 없기에 다들 개인적으로 찾아보기를 바라며 새만금으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은 부안주민들에게 위로를 하고 싶었다. 새만금의 사건이 가시기도 전에 정치적으로 또다시 핵폐기물처리장 유치건으로 한 번 더 시끄러웠던 부안지역, 이 조용한 지역을 뒤흔든 정치적인 소용돌이 속에서 이제는 조금씩 평화를 찾아가는 부안지역을 뒤로 하고 천년고찰 내소사를 들러 잠시나마 복잡한 정치와 역사를 잊고 전나무 숲길을 걸으며 힐링을 했다.

수능백일기도 플랜카드와 합격기원 연등들이 즐비한 것을 보며, 천년고찰도 문명과 함께할 수밖에 없음을 느꼈으며, 문득 부처는 내 마음 속에 있다는 법정스님의 말씀이 스쳐 지나갔다. 마지막으로 젓갈로 유명한 곰소항에 들러 이 지역의 특별 음식인 젓갈 백반을 먹고 울산으로 내려오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꽉 찬 1박2일 일정이었지만 즐거운 행로였다.

이번 인권기행은 나에게 인권(인간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 인간답게 살 권리)도 가르쳐줬고, 혹자들은 이제 고~만 인맥을 넓히라고 하지만 또 다른 많은 분들과 인맥을 이어가게 해주었고, 함께 일하면서도 맘 편히 여행한번 같이 못간 동료와 우정도 쌓게 해 주었고, 너무나도 가보고 싶은 지역(자연)도 만끽하게 해준 인권, 사람, 자연, 우정, 네 가지를 얻게 해준 고마운 기행이었다. 이번기행을 준비한 인권연대에 다시 한 번 감사하며, 무엇보다 엄마의 자리에 충실할 수 있는 재충전의 인권을 찾도록 배려해준 가족에게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김연수 (yeonsu2008@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