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대학 정원 2,000명 증원은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
윤경일
의과대학 입학생 정원의 증원에 대한 정책은 2024년 2월 초부터 시작되었다. “보건복지부는 2024년 2월 6일, 2025학년도부터 매년 2,000명씩 5년간 총 1만 명의 의대생을 증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대통령실은 2,000명 증원을 확정한 후 최소한의 규모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의과대학 입학생정원을 매년 2,000명씩 늘리겠다는 정부의 정책은 지금도 의사 사직 사태에 의해 환자 및 의료서비스를 받아야하는 국민들의 불편은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2,000명 유지를, 대한의사협회 등은 의사 수를 감축하라는 대립을 계속하고 만 있다. 4・10총선이 끝난 지 열흘이 넘어가는 시점이지만, 대학병원 등 상급병원 들의 진료가 정상화되지 않고 있다. 이는 의료대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조속히 의료계와 정부의 타협을 통해 정리되어야 하는데, 2,000명의 입학정원은 그대로 두고 각 대학별 모집인원을 1,000명대로 줄이는 국립대 총장들의 의견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의과대학의 현실을 보자. 2024년도 현재 39개 의과대학 입학정원은 3,018명이며, 모집인원은 3,016명**이다.*** 즉 한 해에 뽑는 의과대학 학생 수가 3천 명 정도인데, 2025년부터 5천 명으로 입학 인원을 두 배 가까이 늘리겠다는 정책이다. 정부는 아울러 정원 증원의 혜택을 지방의대에 우선 배정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2024년 3월 20일 '2025학년도 의과대학 학생 정원 대학별 배정 결과'를 발표하고 비수도권 27개 의대에 1,639명, 경인권 5개 의대에 361명을 증원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정부는 이후 의료계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정원 재조정 가능성에 대한 다양한 추측이 나오자 '2천명 증원'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고 못 박았다”.****
또한,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복지부에 따르면 현재 비수도권 의대 정원 비율은 전체 의대 정원의 66%이며, 2025학년도 ‘2,000명 증원’ 이후에는 72.4%까지 오른다. 그러나 비수도권 전공의 정원은 전체 정원에 45%에 불과하다고 한다. 의대 정원과 전공의 정원 간의 지역별 불균형이 있는 것이다.” ***** 와 함께, “정부는 지난 2월 29일 2027년까지 의대 전임교수를 1,000명 증원하겠다고 발표했다. 내년도 대학별 교수의 증원 규모는 4월 8일까지 각 대학에서 제출한 수요를 토대로 종합 검토 후 반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
이렇게 의대 증원과 관련한 후속 조치를 진행하고 있으나, 진정 문제는 의대 쪽이 아니라고 본다. 의대로 입시생 2,000명이 몰려가는 사태에 대한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전국대학기초과학연구소연합회는 1일 '의대 증원과 기초과학 위기에 관한 의견서'를 발표하고 "정부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이 가져다준 충격이 채 가시기 전, 현재 논의되고 있는 갑작스러운 의대 증원은 기초과학 분야 인재 확보 어려움을 가중할 위험 요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특단의 대책으로 이공계 대학에 우수 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의대를 준비하는 수험생과 반수생이 대폭 늘어 이공계 대학들의 공동화 현상이 심화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말 것"이라고 전망했다”. *******
이러한 기초과학, 공학 쪽의 우려와 함께, 의료계 내의 흉부외과 등 필수의료서비스 전공의 부족, 소아과 병의원 폐업 등 국민의료서비스와 관련된 문제는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전공의들의 집단사직, 의과대학 교수들의 사직, 동네 의원의 휴진 등 의사단체의 집단반발이 한 달 넘게 이어지자, 정부는 2024년 4월 1일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를 진행하였을 뿐만 아니라, 2월 4일에는 대한전공의협의회 대표와의 대통령 면담이 이루어졌으나, 대한전공의협의회 대표는 면담 후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는 없다’라는 글을 자신의 SNS에 올렸다.
위의 대통령 담화에서 윤대통령은 “2,000명이라는 숫자는 정부가 꼼꼼하게 계산하여 산출한 최소한의 증원 규모이고 이를 결정하기까지 의사단체를 비롯한 의료계와 충분하고 광범위한 논의를 거쳤습니다”라고 이야기하지만, ‘그 꼼꼼한 계산과 최소한 증원의 근거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본다.
지난 2020년 문재인 정부 당시 400명 증원에 코로나19 시국이었음에도 의료파업을 하였다는 것을 되돌아보자면, 정부의 2,000명 증원안을 축소하고 의사들은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합리적인 해결방안일 것이다.
의과대학의 정원 증원 외에도 외상과 호흡기 등의 전문 의료인력을 양성하는 국군의 의무사관학교나, 지자체 중심의 공공의대를 통한 지역의료 서비스 인력 확충 등 의사를 확충하는 방안은 여러 가지가 논의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10년 후 미래 국민의료서비스 확대 방향에 대해서는 정치적인 의도를 제외하여야 하며, 더 큰 의료서비스 공백을 막기 위해서라도 정부, 의료단체, 시민단체 등 여러 사회구성원이 의견을 수렴하고 논의하여 결정할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한 때이다.
※ 윤경일 님은 울산인권운동연대 이사입니다.
* 세계일보, ‘대파, 의대, 막말... 외신이 본 총선 (뉴스+)’, 2024.04.06.
** 모집인원 2명이 적은 것은 2개 대학이 인원을 각 1명씩 줄였다.
*** 한국대학교육협의회, 2024 대입정보 119(수정본), 288쪽.
**** 연합뉴스, ‘의대 증원 '2천명' 조정될까…대학들 '좌불안석'’, 2024.04.05.
***** 조선일보, ‘정부 내년부터 비수도권 전공의 확대...11월까지 정원 확정’, 2024.04.05.
****** 강원도민일보, ‘정부 8일까지 대학별 의대교수 수요 받아 1000명 증원 반영’, 2024.04.03.
******* 뉴시스, ‘의대 증원에 매몰돼 기초과학 몰락 위기…지원 필요’, 2024.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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