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소리는 어떻게 세상을 정복했는가
- 진실보다 강한 탈진실의 힘 -
제임스 볼 지음 / 다산초당(2020) / 정리 : 김창원
제목부터 강했다. 웬 개소리? 책 제목에 어울리지 않을 듯 한 단어다. 그러면서도 궁금했다. 왜 ‘개소리’라고 했을까?
왜 이 책이 거짓말이나 허위 사실 또는 다른 용어가 아닌 ‘개소리’를 논하는지 그 이유를 설명하는 게 좋겠다. 한 가지 이유는 단순히 말해 사실 와전, 반쪽짜리 진실, 터무니없는 거짓말 모두를 포괄하는 용어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프린스턴대학교의 철학 교수 해리 프랭크퍼트의 주장 때문이다. 그는 2005년에 쓴 빼어난 저서 「개소리에 대하여」에서 이 용어를 정의했다. -28쪽-
프랭크 퍼트는 다음과 같이 결론지었다.
“거짓을 말하는 사람과 진실을 말하는 사람이, 이를테면 같은 게임에서 맞서 싸운다고 해보자. 각자는 어떤 사실에 대해 자신이 이해한 대로 반응한다. 물론 한쪽은 진실의 권위에 따라 반응하고, 다른 쪽은 그 권위를 거부하고 권위의 요구에 응하지 않겠지만 말이다. -28쪽-
개소리 꾼은 이런 요구 자체를 완전히 무시한다. 그는 거짓말쟁이와 달리 진실의 권위를 거부하지도, 이에 맞서지도 않는다. 전혀 신경 쓰지 않을 뿐이다. 이런 이유로 진실의 더 큰 적은 거짓말보다 개소리다.” -29쪽-
다시 말해 개소리꾼은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얻는 데 유리한 발언을 할 뿐 그것이 사실인지 여부는 개의치 않는다. -29쪽-
언론 매체는 그들의 문화와 규범 때문에, 특히 정치 논쟁이 벌어질 경우 양쪽 모두에게 귀 기울이려는 뿌리 깊은 관행 때문에, 개소리의 맹습에 맥을 못 춘다. 개소리꾼을 상대하는 주류 미디어는 칼을 들고 총에 맞서는 격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상당수의 대형 매체는 이에 맞서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 스스로 개소리 제조기가 되어 비난받는 경우가 많은데, 일부는 다분히 의도적이다. -29쪽– 전통적인 미디어들은 가짜 뉴스와 싸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런 뉴스를 띄워 이익을 얻는 것이다. -36쪽-
이 책은 크게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누가 어떻게 우리를 조종하는가’에서는 가짜뉴스와 개소리의 핵심 행위자인 가짜 미디어, 소셜 미디어, 뉴미디어, 레거시 미디어, 정치인, 그리고 뉴스 소비자인 우리를 하나하나 살핀다. 각 주체가 벌어지는 현상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 각 집단의 행동에는 어떤 한계가 있는지, 그리고 각 집단은 어떤 이유로 지금처럼 행동하는지 알아본다.
2부 ‘탈진실의 시대, 개소리가 진실을 압도한다’에서는 2016년 가장 중요했던 두 개의 선거(영국의 브렉시트 투표와 트럼프가 당선된 미국 대선)에 개소리가 서로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미쳤는지 자세히 훑는다.
3부 ‘우리는 왜 개소리의 유혹에 넘어가는가’에서는 개소리가 효과적인 전술인 이유에 주목한다. 개소리 조합이 대중의 심리를 파고들어 기존의 믿음을 강화하고 친교 집단을 돈독히 하는 과정, 정치 행위자의 목표를 이루게 하는 과정, 독자와 정치인 사이에 낀 미디어 집단의 비즈니스 모델과 이들의 오랜 문화에 끼치는 영향을 살핀다.
4부 ‘진실을 수호하는 가장 현명한 대처법’에서는 우리가 개소리와 가짜뉴스에 맞서려고 했던 행동들이 무력했던 이유와 우리가 시도할 수 있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이 책이 개소리가 득세하는 현상을 바로잡을 모든 답을 담고 있지는 않다. 다만 그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왜 이런 일이 생기는지, 어떤 동기로 사람들이 여기에 가담하는지 그리고 지금까지 취한 조치들이 왜 부적절했는지를 알리고 이 문제에 맞설 방안 몇 가지를 제시하고자 한다. -39쪽-
들어가며 ‘거짓말보다 강력한 개소리’ 안에 책의 전체적인 흐름이 녹아있다. 세부적인 내용은 책속에서 살펴보기 바란다. 책을 읽으며 부제 ‘진실보다 강한 탈진실의 힘’에 수십 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탈진실의 힘이 더 강한 이유는?’이란 질문에 답해보았다. ‘사람이라서....’
“진실의 가장 큰 적은 거짓말이 아닌 개소리를 믿고 싶은 당신의 마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