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안보 그리고 인권
최민식 l 상임대표
무덥고 습도마저 높아 많은 사람들이 제일 싫어하는 시기입니다. 아직 장마전선은 멀리 있나 봅니다. 그래도 전쟁을 기념해야하는 6월은 무거운 우비가 되어 나의 삶을 짓누르곤 합니다.
어제는 6.25 전쟁 63주년 되는 날입니다. 북침이 어쩌고저쩌고 역사교육이 어쩌고저쩌고 대통령까지 나서 개그를 하더니 결정타를 날렸습니다. 국정원이 존재감을 확실히 보여주었습니다. 댓글이나 다는 얼굴 없는 무존재감에 대한 반란이라고 하기엔 너무 큰일을 하였습니다. 국정원의 명예를 들먹거리는 걸 보면 이 나라가 정상이 아닌 것은 분명합니다. 비정상의 상태가 지속되면 인권에 치명상을 줍니다. 정상으로 돌려놓아야 합니다. 인권 보장의 보루인 저항권으로 해결되지 않길 바랄뿐입니다.
국가정보원(국정원)은 공적기관이지만 전혀 공적이지 않고 비밀스럽기만 합니다. 국가비밀정보원이라고 하는 것이 바른 표현인 듯합니다. ‘국정원’하면 무소불위 힘을 가진 괴물로 국민들은 인식합니다. 아직도 공포의 대상입니다. 국정원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나 정치적 반대자들을 '잠재적 위험인자'로 감시하고 배제시킬 수 있으며 나아가 적으로 규정하여 공격하기도 합니다.
국정원은 대한민국 인권의 역사 속에 늘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박정희 군사독재 시절의 중앙정보부(중정), 전두환ㆍ 노태우 군부독재 시절의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가 보여준 활약(?) 때문인데, MB시대에 이어 이번에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습니다.
중정 안기부 국정원등 국가비밀정보기관이 행한 고문과 구금, 국민에 대한 사찰과 감시 등의 국가폭력은 공식적으로 인정된 것만 해도 너무 많습니다. 참여정부시절 잠시 숨죽인 것 빼면 늘상 하는 고유 업무인 듯합니다. 이제 여론조작과 선거개입으로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이를 호도하기 위해 정상회담록까지 입맛대로 재단하여 공개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벌여놓고 ‘국정원 명예’를 들먹거렸습니다. 국민의 명예를 위해 존재해야할 국가기관이 스스로의 권력을 생산하여 그 권력을 사용하겠다는 선포입니다.
이건 국가에 대한 쿠테타요 국민에 대한 반란입니다. 국정원에 의해 국가권력이 통제된다는 것은 민주주의 파괴를 의미합니다. 국가권력은 국민들로부터 통제되어야 합니다. 국정원 또한 민주적 통제가 필수불가결합니다. 민주주의를 신봉하고 국민을 섬기겠다는 약속과 절대 양지로 나서지 않겠다는 맹세가 없다면 해체되어야 마땅합니다. 또한 최소한 국정을 농락한 죄, 국민을 이간질하고 국론를 분열시켜 자신의 안락을 도모한 죄에 대한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합니다. 인적쇄신은 물론이고 지휘라인의 인물들은 반역의 죄로 다스려야할 것입니다. 그것이 박근혜대통령이 그 책임으로 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
이 땅의 보수우익들은 ‘안보’를 전가의 보도처럼 들먹이며 이 비정상을 정당화 시키려고 안달입니다. ‘안보’는 안전보장[安全保障]이 준말입니다. 국가의 안전보장인지, 국민의 안전보장인지, 정권의 안전보장인지 도통 헷갈립니다. 흔히 국가안보라 쓰지만 일본제국주의 시절 친일을 했던 사람들에 관대하다 못해 공을 인정해야 한다는 사람들의 국가안보 주장은 허구일 수밖에 없습니다. 오로지 정권의 안보에 몰두합니다. 이제 국정원안보까지 말합니다. 그동안 ‘안보’는 보수정치세력이 국민의 입과 행동을 막고 인권을 제한하는 주요한 정권유지 수단으로 활용되어왔습니다. 이처럼 보수정치세력의 전유물이 된 ‘안보’는 민심을 왜곡하고, 인권침해를 정당화하는 것은 물론 사회정의를 대신하는 등 그들의 만병통치약이 되었습니다. 안보와 인권이 가까울 수 없는 이유입니다. 안보는 인권과 대척개념으로 사용되어져 왔습니다. ‘안보’가 인권친화적 개념으로 다가오기 위해서는 ‘인간안보 Human security, 人間安保’로 초점이동이 필요합니다. 인간의 안전보장이란 인간 삶의 질을 높이는 것으로 인간에게 초점을 맞춘 개념입니다.
이 개념을 처음 제기한 국제연합개발계획 (UNDP)의 『인간개발 보고서 1994년』에 의하면 '사람들이 자유로운 선택을 하는 것에 대한 장애가 없고 향후에도 그 선택의 기회가 상실되지 않는다고 안심할 수 있는 것’이 라고 정의됩니다.
‘인간안보’에 대한 위협은 전쟁이나 분쟁 등의 물리적 폭력뿐만 아니라 기아, 빈곤, 환경파괴, 정치적 억압 등 개개인의 처해진 상황에 따라 다양합니다.
국정원이 ‘안보’를 근거로 행한 망동을 바로잡는 일 또한 인간안보의 길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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