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765kV 송전탑 인권침해조사단 보고서]
국가가 주민들의 삶과 미래를 강탈했다
정리 l 박영철
△ 101번 공사 현장(단장면 태릉리) 현장조사
(조사 : 울산인권운동연대 최민식, 박영철, 안미경)
한전이 주도하는 밀양 765kV 송전탑 사업 과정에서 있었던 인권의 문제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자면 제목과 같다. “국가가 주민들의 삶과 미래를 강탈했다.” 국책사업이라는 명분으로 해당 지역 주민들의 삶과 미래는 파괴되고 있다. 공익사업이라는 명목을 내세워 개인들의 희생을 강요하였다. 밀양 주민들은 사전협의과정을 포함, 모든 협의과정에서 철저히 배제되었다. 그리고 법적 보상범위를 포함, 법외 보상 모두는 주민들의 손실을 보상하기에 턱없이 부족하였다. 이것은 단순히 금액으로 산정될 수 없는 성질의 것이며, 주민들이 살아온 삶과 땅에 대한 의미를 폄하하며, 생존을 위협하기에 분명한 인권침해이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에서 수백, 수천 년을 이어온 마을 공동체는 파괴되고 주민들은 인간관계의 파탄으로 인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공사를 강행하는 과정에서 한전과 시공사, 용역직원들은 물리적 폭행과 성폭행, 모욕과 조롱 등의 행태로 연로한 나이의 주민들을 괴롭혔음이 드러났다. 경찰은 인권침해가 발생하는 곳에서 주민을 보호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인권침해에 의도적으로 개입하였다는 의혹을 불러 일으켰다. 건강권실태조사 결과 주민들은 전쟁에 준하거나 더한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음이 밝혀졌다.
(1) 결정권의 부재, 협의과정은 주민 배제의 과정
밀양 765kV 송전탑 사업과정은 이 사업에서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철저히 배제되는 과정이었다. 2000년대 초 사업 계획단계부터 부지선정, 주민협의과정, 사업시행의 전반적인 과정에서 정부와 한전은 법적으로 보장되고 준수해야 할 절차인 주민설명회와 주민의견수렴 절차에서 주민들과 충분한 협의과정을 거치지 않고, 요식행위로 일관하였다.
(2) 땅의 가치와 농민의 권리를 폄하한 보상의 비현실성
송전탑 건설로 인해서 땅의 가치가 훼손되고 주민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으나 이 피해를 보상하기에 현재의 보상안은 턱없이 부족하다. 기존의 보상체계 안에서는 법적 피해 보상범위를 일정한도 이상 넓힌다 한들, 주민들의 실제 피해를 보상할 수는 없다.
(3) 마을 공동체와 관계의 파괴
한전은 송전탑건설부지에서 먼 마을을 먼저 설득하고 합의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였다. 이것은 오랫동안 신뢰관계를 유지한 주민들을 이간질했으며 마을주민들의 관계를 파괴하였다. 유언비어 유포와 고소, 고발로 인한 고통은 평화롭게 살아왔던 주민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었다.
(4) 한전, 시공사, 용역업체의 폭력과 조롱, 괴롭힘
한전은 2009년부터 최근 2013년 5월까지 수차례 공사를 추진하고 중단하길 반복해왔다.
공사 강행과정에서 한전과 시공사 직원들에 의한 성폭력 사건 등이 발생하였다. 뿐만 아니라 나이가 드신 주민들을 조롱하고 협박, 모욕하는 행위를 서슴지 않았다.
(5) 공정한 법집행을 외면한 경찰, 과잉된 공권력의 폭력
밀양 765kV 송전탑 사업과정에서 경찰은 한전과 주민 사이에서 공정한 역할을 하지 못하였다. 이치우 님 사망 사건 당시 경찰은 성급하게 단순 과실사로 사건을 처리하려다 비난을 받았고, 공사 현장에서 주민의 안전을 위협하였으며, 과잉된 공권력을 행사하였다.
(6) 전쟁보다 깊은 상처
주민들의 건강권 조사 결과 조사대상자들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고위험군은 69.6%에 달하였다. 전쟁 및 내전, 해고 및 농성 진압 과정을 겪은 후에 조사한 비율보다 더 높은 수치였다. 전쟁보다 깊은 상처가 밀양 주민들의 마음을 파헤치고 있었다.
(7) 결론
지난 6월 한전과 주민대책위원회가 40일 동안 전문가 협의체를 운영하기로 하면서 9년간 주민들이 요구해온 사업의 타당성 검토가 ‘이제야’ 도마 위에 오르게 되었다. 그러나 논의 기간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전문가협의체는 본격적인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40일간의 전문가 협의체가 진정성 있는 논의 자리인가 의문이 드는 상황이다. 결국 실질적인 대안논의와 지금까지 벌어진 인권침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전문가 협의체 이후라도 성의 있고 실체 있는 협상자리가 계속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대량 소비주체인 도시의 편리를 위해 농촌거주민의 삶과 운명을 송두리째 박탈하는 전력수급체계 자체의 문제에 주목해야 한다. 원자력발전소 건립 등 환경을 파괴하는 방식의 전력공급 방식에 대해서도 다시금 논의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권고]
? 밀양 송전탑 건설사업 추진 여부를 재검토하기 위해
(1) 정부와 한전은 40일 동안의 전문가협의체 논의기간을 넘어서 밀양 송전탑 건설사업에 대한 재검토가 충분히 이루어질 수 있는 기간 동안 공사를 전면 중단해야 함
(2) 정부는 한전으로 하여금 한전, 마을주민 그리고 양측이 선정하는 전문가들이 동수로 구성하는 협의체를 만들도록 하거나 혹은 이미 구성되어 있는 전문가협의체에 실질적 결정권한을 부여하여 사업 전반을 재검토하고 사업의 추진 여부, 추진 시 추진방법 등에 대해 결정하도록 하여야 함
(3) 국회는 위 협의체가 결론을 도출하기 전에는 공사 재개와 관련된 어떠한 법안의 의결이나 예산편성행위를 하지 않아야 함
? 마을 공동체의 회복을 지원하기 위해
(1) 정부는 공권력의 투입과 남용을 중단하고 대화와 화해의 분위기를 조성해야 함
(2) 경찰은 사업현장에서 엄정하고 중립적인 법집행을 통해 마을주민들의 기본권을 보호하려 노력해야 함
(3) 정부, 한전 및 시공사들은 모든 민·형사 소송을 취하하고 사법처리 대상자들을 선처함으로써 화해와 관용의 계기를 마련하여야 함
(4) 정부와 한전은 밀양 송전탑 건설 사업으로 인해 심리적·정신적 피해를 받은 주민들을 위한 상담 및 치료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국회는 정부 대책과 예산 지원이 신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함
? 대규모 국책사업의 시행과 관련된 갈등을 예방하고, 주민과 이해관계자들의 기본권을 실질적으로 보호하기 위하여
(1) 국회는 대규모 국책사업 시행 시 발생되는 주민과의 갈등을 예방하고, 주민과 이해관계자들의 기본권을 충실히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입법화하여야 함
(2) 정부는 위와 같은 국회의 입법을 위하여 필요한 협조를 다하여야 하고, 입법이 마련되기 전에도 위와 같은 취지에 부합하게 국책사업을 시행하여야 함
- 2013년 7월 3일 밀양송전탑 인권침해조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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