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1-12-04 18:40
[155호] 시선 하나 - 여수·순천·벌교 인권기행을 다녀오며
 글쓴이 :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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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순천·벌교 인권기행을 다녀오며

네 자매


늘 멀리 떨어져 살고 있는 우리 네 자매에게 함께 여행을 제안해준 셋째 제부 덕분에 하남에서 내려온 둘째, 또 대전에서 건강검진을 마친 셋째 그리고 우리들의 공주 두 분을 모시고 구름도 맑고 예쁜 날 옥천을 출발하여 여수시청에서 울산인권운동연대 회원들과 함께 우리가 알지 못했던 탄압되었던 역사와 진실에 대해 배우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인권평화기행을 시작하였다.

어떤 이야기일까? 어떤 인권에 대한 얘기가 숨어 있을까?
아이와 함께 속닥속닥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며 첫 번째로 신월리 소재의 14연대 주둔지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그냥 지나치면 이곳이 품고 있는 역사적 이야기를 스쳐 버릴 수도 있겠다 싶을 만큼 그저 표지판에 간략한 내용이 소개되어 있었다.
사실 한 번도 누군가 또는 많은 사람의 희생을 생각해 본 적 없는 나는 그저 경상도 가난한 집에서 자란 것이 늘 불만이었던 유년 생활을 불평불만하며 살아왔는데 이곳에서는 내가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을 때부터 잘못된 국가 권력으로부터 내 형제 이웃, 주변의 사람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빼앗긴 역사가 있었구나! 라고 생각하니 가볍게 출발한 발걸음이 누군가의 고귀한 희생 덕분에 지금껏 그나마 평범한 삶을 살 수 있었구나! 라는 감사함과 뭔지 모를 무거운 마음을 안고 민중이 피 흘린 역사의 발자취를 따라 가보았다.

중앙동에 위치한 인민대회 장소. 이젠 여수의 번화가가 되어 모두가 찾아오는 여수 밤바다의 풍경만이 눈에 들어오는 유명한 장소가 되었지만, 그 속에 묻힌 동족이 동족에게 죽임을 당하고 그 가족은 어쩌면 지금까지도 빨갱이로 내몰리며 이 나라에서 설 자리조차도 없는 무정한 세월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용서를 구하고 감사의 인사를 전해야 할까. 라는 고민도 해 보면서 여순, 순천, 벌교를 돌아보았다.
근대 일제 강점기 때부터 지금껏 청산하지 못한 역사의 진실을 이제는 나부터 자식들에게 알려 나가고 주변에도 더욱 얘기해 나가야 하지 않을까? 인간이 인간으로서 존중받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을 우리 모두가 몰라서 외면해 왔다면 지금부터 새롭게 알아가야 할 것 같다. 내가 오늘 이렇게 편히 숨 쉬고 살 수 있는 현실을 만들어준 수많은 고귀한 희생에 대해 생명 깊이 감사를 드리며 하루하루 그분들의 몫까지 열심히 살아가겠다! 마음속으로 맹세를 해본다.

여수,순천,벌교를 탐방하며 가슴 아픈 역사에 제대로 알게 되었고 현재까지도 진실을 묻혀놓고 꺼낼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그러나 이런 역사와 인권을 지키고자 하는 분들의 많은 노력과 관심 덕분에 점점 세상 밖으로 드러날 수 있는 발판이 되고 있어서 너무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이번 기행을 통해 아이들에게도 많은 공부가 되었고 이런저런 대화를 통해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내가 배운 것을 통해 진실을 알려주고 설명해줄 수 있는 계기가 되어 뿌듯했다. 또한, 진실 되지 않은 역사와 억울하게 일어난 사건들에 대해서 자세하게 공부하고 알려야겠다는 마음을 많이 가졌던 기행이었다.
이런 기회를 가질 수 있게 해주신 울산인권운동연대에게 감사드린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너무도 친절하시고 편하게 대해주셔서 감사했고 다음에도 기회가 된다면 갯벌에 사는 꼬막처럼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잘 섞이고 협조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_ 조경자 (첫째)


전라도에서 시작된 가을날의 짧은 1박 2일 기행을 뒤로 하고 집에 돌아오니 어쩐지 뭉클함이 마음 깊이 남습니다. 평소 인권 문제에 대해 관심은 있었으나, 유튜브와 책을 통해 현 사회와 역사 속 인권 침해 사례를 수박 겉핥기식으로 어설피 알고만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울산인권운동연대에서 활동 중인 동생네의 소개로 우리 자매와 조카들은 이번 인권평화기행에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여수, 순천, 벌교 등 평소에는 여행으로만 다녔던 장소의 아픈 이면에 대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특히나 여순항쟁에 대한 유적지에 방문한 일정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다행이라 해야 할지 경상도 태생으로 자라, 전라도가 받는 지역 차별적 아픔에 대해서 깊이 공감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습니다. 잘못된 교과과정 안에서 여순항쟁을 여순반란으로 알고 있습니다. 6.25전쟁 이후 반인권적인 정부의 세력 다툼에 한반도는 두 동강 났고 잘못 없는 전라도 주민을 극우 반란 속히 말해 빨갱이 취급하며 비참하게 죽였다는 사실을 알고 속에서 분노가 치밀었고, 역사를 바로 알지 못했던 과거 제 자신을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번 기행을 통해 저는 민주주의와 국민의 인권, 한반도 평화가 얼마나 소중한지도 깊이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주위에 알려 온 국민이 깨어 있는 시민으로 올바른 역사 바로 보기에 밑거름이 되길 힘쓰리라 다짐해 봅니다.
먹은 것 없이 전라도에 도착하여 너무나 맛있는 음식에 급히 많이 먹는 바람에, 체하고 기절하게 된 저를 보살펴주신 인권운동연대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깊이 감사드립니다.
_ 조경희 (둘째)


저는 태백산맥문학관은 예전에 가본 적 있지만 이번에 감사하게도 또 가게 되었습니다. 처음 갔을 땐 읽은 적은 있었던 소설이라 낯설지 않구나~ 조정래작가님 대단하시네 정도로 생각하고 지나갔는데 이번엔 문화해설사님 덕분에 그 시대와 인물들의 갈등, 마음, 괴로움 등이 조금은 더 느껴지고 마음 아팠습니다.
소설을 쓰기 위해 배경이 되는 곳곳을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가보고 느껴보는 작가님의 훌륭한 인품도 느껴졌습니다. 그 세심함으로 태백산맥이라는 책을 통해 조금은 더 역사의 진실에 더 다가갈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또한, 남도여관에 방문했을 때 소설에 있는 장면을 이야기하시면서 왕골 돗자리를 깔아달라고 부탁하신 부분 등 작지만 세심히 그 시대의 느낌을 살리려는 작가의 마음에 감탄했습니다.
역시 눈으로 보면 내가 아는 것만 보이고 타인의 말과 지식을 빌리면 제가 조금 더 볼 수 있음을 느끼고 아울러 인권기행을 준비하신 분들께 감사 감사드립니다.
_ 조원자 (셋째)


저에게 네 자매의 여행은 늘 가슴 설레고 행복 그 자체여서 이번에도 어김없이 즐겁게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평소 여행의 플러스. 현대사의 깊은 상처의 한 부분을 배울 수 있는 기회여서 참으로 뜻 깊은 여행이었습니다.
경상도. 특혜 받은 곳에서 태어나 가난 빼고는 별 어려움 없이 살았건만……. 전라도는 다른 나라 얘기인 듯 했습니다. 제가 아는 한에서는 제주 4.3항쟁, 5·18 민주화항쟁 정도. 너무나도 가슴 아픈 엄연한 역사. 지천명을 목전에 둔 제가 이제야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건만 우리 밑의 세대들은 영원히 모를 수도 있겠다는 사실이 더 가슴 저리게 합니다. 결국 일제 강점기때 한자리하던 못된 놈들을 정리 못한 탓이 크리라 생각합니다.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파헤쳐야 할 부분은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순천만! 저는 네 번째인데요. 순천만을 너무 좋아한답니다. 사시사철이 다르고 갈 때마다 황홀한 만큼 좋은 곳을 다시 찾을 수 있어 넘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음식은 우째그리 맛있는지요. ㅎㅎ 아마 사전답사를 단단히 하셨으리라 생각하니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다음 기회에 또 초대해주시면 좋겠구요. 소감은 이번만 하는 거지요~~?^^ 이상입니다.
_ 조금남 (넷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