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1-12-04 18:06
[155호] 이달의 인권도서-『 돌봄선언 』더 케어 컬렉티브 저 / 니케북스 2021
 글쓴이 :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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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선언
- 상호의존의 정치학 -

더 케어 컬렉티브 저 / 니케북스 2021 / 정리 : 오문완
원제 : The Care Manifesto: The Politics of Interdependence


이 책은 <상호의존의 정치학 - The Politics of Interdependence>이라는 부제 자체가 보여주듯 세상은 상호의존을 통해서만 유지 존속될 수 있다는 얘기를 하고 싶어 한다. 그런데 책 제목 자체는 〈돌봄 선언 The Care Manifesto〉이라 그 얘기를 돌봄을 소재로 선언하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내는 것도 사실이다. ‘선언’이라 마르크스/엥겔스의 공산당선언(Manifesto of the Communist Party)을 떠올리게 만든다.[우리말로는 다 선언이지만 세계인권선언과 같은 Declaration이 아닌 Manifesto가 되면 일종의 강령(綱領) 차원의 문건이 되고 싶어 하는 의지의 표명이기도 하겠다.] 그래서 두 선언의 처음과 마지막을 먼저 보자.(거의 두 세기 차이가 나는 두 선언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각자 연구해보시기 바란다.)

(돌봄 선언) 우리가 사는 세상은 돌봄의 부재, 즉 무관심(carelessness)이 지배하는 곳이다.
(공산당선언) 하나의 유령이 지금 유럽을 배회하고 있다―공산주의라는 유령이.
(돌봄 선언) 구조적인 무관심과 돌봄의 부재가 모든 곳에서 눈에 띄기 시작했다. 어떤 상황에서든 그 복잡성은 존재하지만 일단 돌봄에 대한 공언으로 시작하자. 그리고 가능한 모든 곳에서 좀 더 지속적이고 참여적인 돌봄에 대한 전망과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으로 시작하자.
(공산당선언) 프롤레타리아는 잃을 것이라고는 쇠사슬밖에 없으며 얻을 것은 온세상이다. 전세계 노동자여, 단결하라!

우선 돌봄이라는 개념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 돌봄 선언의 주체인 더 케어 콜렉티브는 이렇게 설명한다. ‘돌봄’은 사회적 역량이자, 복지와 번영하는 삶에 필요한 모든 것을 보살피는 사회적 활동이다. 무엇보다도 돌봄을 중심에 놓는다는 것은 우리의 상호의존성(interdependency)을 인지하고 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선언문에서 ‘돌봄’이라는 단어를 가족 간의 돌봄, 돌봄 시설이나 병원에서 돌봄 종사자들이 수행하는 직접적인 돌봄, 교사들이 학교에서 수행하는 돌봄, 그리고 다른 필수 노동자들이 제공하는 일상적인 서비스로서의 돌봄을 모두 포함하는 확장된 개념으로 사용한다.

그러나 돌봄은 사물도서관(Library of things)_ 책뿐 아니라 여러 가지 물건, 특히 가끔 필요하지만 구입하기에는 부담이 되는 물건들을 대여해주는 공공 도서관을 말한다. 카펫 청소기, 각종 연장, 주방용품, 스프츠 장비 등 다양한 생활용품을 빌릴 수 있다._, 협동조합 형태의 대안경제나 연대경제, 주거비용을 낮추는 정책들, 화석 연료의 감축과 녹지 공간 확대를 위해 일하는 활동가들이 제공하는 돌봄도 포함한다. 돌봄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개인적 능력이다. 이 능력은 이 지구상에 사는 대부분 사람과 생명체들이 번성하고, 지구도 함께 번성할 수 있도록 하는 정치적·사회적·물질적·정서적 조건을 마련한다.
이 선언문에서 취한 우리의 접근 방식은 돌봄을 모든 규모의 생명체에 활성화되어 있고 필요한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다.(17-18쪽)

그리고 독립하기 위해서[인권의 밑바탕에 깔려있는 개념이 자기결정권(self-determination) 즉 독립(independence)이라는 데 주목해보자!) 왜 돌봄이 필요한지를 잘 설명해준다. ‘독립된 삶’은 우리가 모든 일을 혼자 하기를 원한다거나, 다른 사람은 필요로 하지 않는다거나, 고립되어 살고 싶어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독립된 삶은 비장애인 형제자매, 이웃, 친구들이 당연시하는 선택과 통제권을 우리의 일상생활에서도 동등하게 갖기를 요구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의존을 병적인 면과 연결하는 왜곡된 시각을 거두고, 우리의 존재는 상호의존을 통해 그리고 상호의존에 의해 다양한 제각각의 모습으로 형성된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진정으로 돌보는 정치를 구상하려면 우리의 생존과 번영이 모든 곳에서 그리고 무수히 많은 면에서 타인에 달렸음을 인지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61-62쪽) 자율성과 자신의 삶에 대한 통제권이 핵심이며, 그들의 요구가 서로 다름에도 그렇고, 그들의 요구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도 그렇다(61쪽)는 얘기를 곱십을 필요가 있다.

이 책은 두려움 없는 도시(Fearless Cities), 여성행진(Womens’ March), 여성파업운동(Womens’ Strike Movement), 우나 메노스 운동#NiUnaMenos(‘단 한 명의 여성도 잃을 수 없다 Not one woman less’) 등을 소개하면서 세상에 대한 돌봄은 모든 영역에서 사회 인프라의 공유 공간의 재건과 민주화, 그리고 그 과정에서 진보적 운동과 기관들의 지원과 동맹을 확정하는 것을 의미(169-170쪽)한다고 정리한다.

돌봄 선언은 ‘보편적 돌봄’이라는 퀴어-페미니즘-반인종차별주의-생태사회주의의 정치적 비전을 제안한다. 보편적 돌봄은 직접적인 돌봄 노동뿐 아니라 타인들과 지구의 번영에 대해 관여하고 염려하며 공동으로 책임을 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진정으로 집단적이고 공동체적인 삶의 형식을 되찾는 것과 자본주의 시장의 대안을 수용하고 돌봄 인프라의 시장화를 환원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우리의 복지국가를 중앙정부와 지역 차원 모두에서 회복하고 근본적으로 심화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초국가적차원에서 그린뉴딜을 창조하는 것, 돌보는 국제기관들과 좀 더 느슨한 국경, 일상적 세계시민주의를 구축하는 것을 의미한다.(177-17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