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4-01-06 10:36
[55호] 여는 글 - 반듯한 시간제 일자리
 글쓴이 : 섬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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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듯한 시간제 일자리


이영환 l 편집위원장

“고용률 70% 달성과 일자리를 많이 만들기 위해 시간제 일자리가 중요하다.” 며칠 전 박근혜 대통령이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한 말입니다.
“반듯한 시간제 일자리를 통해 고용률 70%를 달성하겠다.” 2010년 MB정부 박재완 고용노동부장관이 한 말입니다. 같은 말 같은 뜻입니다.

전혀 새롭지도 않은 이 대책의 핵심은 ‘반듯한 시간제 일자리’를 늘려 고용률 70%를 달성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명박정부에서 실패한 시간제 일자리 정책을 정부와 언론이 호들갑을 떠는 모습에서 ‘꼴값’을 떠올립니다.

파트타임이나, 아르바이트라고 불리는 시간제 노동자는 전형적인 비정규직 고용입니다. 작년 통계청 조사에 의하면 시간제 노동자의 평균임금은 정규직에 비해 21.9%에 불과하며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의 경우에도 정규직에 비해 49.7%이고, 비정규직 노동자의 45.3%인 384만명은 저임금 계층이라고 합니다. 사회보험 및 퇴직금, 상여금, 유급휴가 등의 적용률을 보면 정규직은 70~99%가 적용을 받지만 비정규직은 18~38%만이 적용받고 있고, 시간제 노동자는 6~14%만이 적용을 받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한국사회 시간제 노동자가 처한 구조적인 문제를 보지 않고, “시간제 일자리라는 표현에서 편견을 쉽게 지울 수 없으니, 공모 등을 통해 이름을 좋은 단어로 바꾸는 게 좋을 것 같다.”라며 시간제 일자리도 명칭만 바꾸면 좋은 일자리가 되는 것처럼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호도하는 것을 보고 있자니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장시간 노동을 줄여 좋은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박근혜정부가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들입니다. 시간제 일자리를 늘리려는 것은 결국 그나마 좋은 일자리는 줄어들고 시간제라는 불안정한 일자리만 늘리는 부작용만을 초래할 뿐입니다. 장시간노동 관행의 개선과 실질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일자리 창출에 힘쓰기 바랍니다. 비정규직을 없앨 것이라는 박 대통령의 대선공약이나 잘 지켰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