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5월, 표현의 자유
최민식 l 상임대표
이렇게 더워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오월 중순에 울주군 삼동면 기온이 35.4도까지 올랐다니 놀라운 일입니다.
라일락 숲에
내 젊은 꿈이 나비처럼 앉은 정오
계절의 여왕 오월의 푸른 여신 앞에
내가 웬 일로 무색하고 외롭구나. / 친일 여류시인 노천명 시 ‘푸른오월’중
계절의 여왕이라는 오월, 신록의 계절, 가정의 달, 청소년의 달, 축제의 달, 이렇듯 오월은 예찬하기에 그만입니다. 그러나 내겐 노동절이 있고 5.18 광주민주항쟁 기념일이 있는 마음의 짠한 아주 특별한 달입니다.
MB정부 이래 5월은 또다시 수난의 달이 되었습니다. 5.18를 앞두고 TV조선(조선일보계열)은 "600명 규모의 북한 1개 대대가 광주에 침투했다. 전남도청을 점령한 것은 북한 게릴라다"라는 방송을 내보냈습니다. 이에 질세라 채널A(동아일보계열)는 “탈북자 김명국(가명)씨가 부대원 정찰부대 남한전문가 등 50명과 함께 광주에 들어갔다. 이미 북한군이 여럿 들어와 있었고 이들이 시민군과 함께 전투를 치르며 장갑차도 몰았다고 증언했다"고 전했습니다. 광주민주화운동을 마치 북한군의 사주나 지원을 받은 것인 양 묘사한 것입니다.
선정성 폭력성 논란은 물론이고 역사왜곡까지 서슴지 않는 종합편성체널은 그 태생부터가 문제투성이였습니다. 날치기한 미디어법의 후과입니다. 보수언론의 계열로 출범할 때부터 편파성의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었던 것입니다. 민주주의 가치를 존중하고 가치중립과 공정성 등 미디어의 본분을 망각한 채 오히려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도구로 이용되고 있는 것입니다. 종편의 보도 기준은 ‘신속·정확’ '공정성' '사회적·역사적 관점의 비판'이 아니라 광고수익인 것 같습니다. 애초 종편 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을 기대하고, 공적책임을 다 할 것이라고 믿지는 않았지만 이건 아닙니다. 퇴출만이 해법인 듯합니다.
“저희는 개성을 존중하거든요. 민주화시키지 않아요” 아이돌 그룹 시크릿 전효성이 한 말입니다. ‘민주화’라는 말을 부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데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민주화’란 단어가 ‘일베’라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자신과 생각이 다른 소수를 집단으로 폭행하거나 언어폭력을 하는 것을 풍자하는 행위”라는 뜻으로 쓰인다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논란이 되자 별 뜻 없이 한 말이라고 사과를 했지만 청소년들이 우상인 스타연애인이 한 말이라는데 너무 걱정이 됩니다.
‘일베’의 캐릭터로 통용되는 ‘일베츙’
위 사건들의 중심에 ‘일베’가 있습니다. 사실 종편이 내보낸 문제의 광주민주화운동을 왜곡 비하하는 막장 방송은 일베에 널려있는 게시글들을 방송으로 옮긴 것에 불과해 보입니다.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갈등구조를 이용하여 존재감을 확인하고 드러내고자 하는 자들의 집합소가 ‘일베’입니다. 인간 내면에 도사리고 있는 야만적 폭력성을 자극하고, 배설하듯 쏟아내는 광기는 파시즘을 떠 올립니다. 광기가 집단화 되고 그것이 집중되어 나타나고 있는 곳입니다. 표현의 자유라 하기엔 정도를 넘어선 것이란 비난을 받는 이유입니다. 우리사화가 만들어낸 병리현상입니다. ‘일베’폐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이해가 됩니다. 그러나 ‘일베’폐쇄가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는 없습니다. 사회적 병리현상을 규제나 통제로 치유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또한 「표현의 자유」를 자의적 관점으로 제단될 수 있는 기제로 용인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표현의 자유는 개인의 인격을 실현하는 요소이고 수단입니다. 민주주의의 토대를 형성하는 불가결한 요소이기 때문에 다른 기본권보다 더 우월적 지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기도 합니다. 일베폐쇄가 지금도 제대로 허용되지 않는 「표현의 자유」를 더욱 억압하는 독이 되어 돌아올까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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