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5-03-02 15:44
[기자회견] 밀양송전탑 '벌금폭탄' 사태에 대한 불복종 노역형 선언 기자회견
 글쓴이 : 인턴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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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양송전탑 ‘벌금폭탄’ 사태에 대한 불복종 노역형 선언 기자회견문 -

경찰이 70대 할머니를 무자비하게 고착하고 팔을 비틀고 끌어낸다. 발버둥치는 과정에서 부지불식간에 경찰의 몸에 한 두 대 맞는 수가 있다. 그러면 곧장 경찰은 할머니를 ‘체포’하고 경찰서로 연행해간다. 그리고 경찰서와 검찰청사 법원을 들락거리는 모욕을 당하고, 끝내 기백만원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지금 밀양 주민들은 거의 매주 밀양지원 재판정을 다닌다. 방청석을 가득 메운 반대 주민들은 검사의 논고와 변호사의 변론 중간 중간에 피의자인 주민들의 진술을 들으며 흐느껴운다. 이미 송전탑은 다 들어서있고, 송전까지 되어 생존권을 빼앗긴 마당에 다시 법정에서 이런 수치와 모욕을 겪는 것이 너무 억울하고 너무 분한 것이다.

지금 이 재판정에 있어야 할 사람이 누구인가? 과연 이것이 만인에게 공평한 법적용이라고 누가 말할 수 있는가?
2013년 10월 밀양송전탑 공사 재개 이후 경찰의 폭력 진압으로 100건이 넘는 응급후송사고가 발생하였다. 그러나, 이 명백한 경찰 폭력은 모두 ‘공무수행’이라는 이유로 정당화되고, 단 한 명의 경찰관도 기소되지 않았다. 술냄새를 풀풀 풍기며 70대 노인에게 시비를 걸고, 연행을 시도한 경찰관도, ‘입에 똥물을 쳐 넣어야 한다’고 막말을 하던 경찰관도, 현장에서 수도 없이 노인들의 팔을 비틀고, 꼬집고, 발로 걷어찬 경찰관은 또 어떻게 귀신처럼 빼돌리는지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는다.

법은 공평해야 한다. 한전의 이 모든 불법 행동을 정당화해주는 전원개발촉진법이 희대의 악법이며 이제 그 시효를 다했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졌고, 누구도 그 악법성을 인정하고 있다. 경찰관직무집행법의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시민의 보호와 안전일진대, 이것을 내팽겨치고 한전의 경비대 노릇을 위해 주민들에게 폭력을 행사한 것이 어떻게 경찰관의 직무집행이란 말인가?
이러한 경찰 폭력에 대하여 인권지킴이의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해야 할 국가인권위원회는 어찌나 정권의 눈치를 보는지 유리가 제출한 긴급구제신청과 진정을 모두 기각했다. 사실상 식물 인권위다. 이런 인권위는 없는 게 낫다. 이것은 밀양 주민 모두의 공통된 생각이다. 그리고 재판부는 이유로 모든 상황에 도사리고 있는 부당하고 억울한 맥락은 고려하지 않고 '현행법'을 이유로 거의 대부분 기백만원씩의 벌금과 징역형(집행유예)로 불의하고 폭력적인 공권력 행사를 정당화해 주고 있다.
이것이 바로 '경찰국가'의 현실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우리는 도저히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 그리고, 우리는 이 부당한 국가기구를 유지하는데 쓰여지는 돈을 낼 뜻이 없으며, 노역형으로써 저항의 의지를 보여주고자 한다.

현재 자체 결의를 통해 상당수인 기소자들이 노역형을 준비하고 있으며, 지난 2월 26일 첫기자회견이후 최아무개 활동가가 창원지검 진주지청으로 출두하여 진구교도소로 입감되었다. 최아무개 활동가는 지난 2013년 10월 126번 현장 대치 중에 연행되어 2심에서 벌금 400만원이 확정된 상태이다. 이어 오늘 두 번째로 연대활동가 김아무개님이 노역형을 들어가고자 한다. 현재 두 아이의 평범한 엄마이자 어린이책시민연대 활동가로서 밀양송전탑 반대 활동에 열심히 연대해 온 김아무개님은 지난 2014년 1월 7일 상동면 고답마을 한가운데서 경찰 숙영지설치를 막기 위한 주민과 경찰의 대충돌이 있던 날, 어르신들의 밥상을 걷어차서 엎고 고령의 노인들이 무수히 응급후송되는 야만적인 폭력에 항의하기 위해 카고크레인 아래에서 몸을 묶고 저항하다 연행되어 법원에서 벌금 200만원을 선고 받은 바 있다. 눈앞에서 70,80이 넘은 노인들에게 행해지는 야만적인 폭력을 어찌 가만히 눈뜨고 볼수만 있었겠는가? 가슴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리 저항했을 것이다.
그날 고령의 노인들에게 행사되었던 반인륜적인 경찰폭력은 어떤 처벌도 받지 않았지만, 이에 비폭력적으로 저항한 연대활동가를 연행하여 어처구니 없는 높은 액수의 벌금을 선고한 불공정한 법집행에 준렬한 항의와 불복종을 선언한다.

이에 밀양사건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연대 활동가들과 주민들은 자체 결의를 통해 부당하고 불공정한 사법처리에 대해 불복종하겠다는 취지를 담아 노역형을 사겠다는 의지를 밝힌다. 시종일관 불법과 폭력으로 이끌어져온 밀양송전탑 10년 싸움은 이렇게 불복종 노역형으로 이어지고 있다. 저들은 이런 식으로 주민들의 기를 꺾고 공권력의 위엄을 보여주려고 하지만, 우리는 단 하나도 받아들일 수 없으며, 굴하지 않을 것이다.
불의한 폭력에는 불복종하는 것이 시민의 권리이자 의무이다.

2015년 3월 2일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 울산제시민사회단체,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