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2-03-12 15:49
낯뜨거운 <동아> '제독의 눈물'...눈 감은 <제주일보>
 글쓴이 :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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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 쾅! 쾅! 쾅!

평화의 섬, 제주 강정마을에 7일 이른 새벽부터 비상 사이렌이 울렸다. 그러더니 강정마을을 상징하는 수십만 년 된 구럼비 바위에서 굉음이 울렸다. 폭발음과 함께 구럼비가 맥없이 무너져 내렸다. 주민은 통곡했다. 생명과 평화를 사랑하는 국내외 양심세력들도 그저 울부짖을 수밖에 없었다.

10만 년에서 30만 년 전에 형성된 강정마을 구럼비 바위는 그렇게 파괴되기 시작했다. 구럼비는 단순한 바윗덩어리가 아니라 강정주민을 하나로 묶는 정신적 기둥이다. 또한, 생명과 평화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해왔다. 그러나 발파 중단을 촉구하는 간곡한 호소들은 허공 속 메아리에 그치고 말았다.

보수세력·언론 색깔론 프레임 다시 '작동'

그렇게 제주 속살은 찢겨나갔다. 평화로운 마을에 폭음과 굉음이 가득하고 화염이 자욱했다. 폭파음이 마치 65년 전 4·3의 악몽을 떠올리게 하는 건 자연스러웠다. 야만이 판을 치던 1947년 3월의 그때나 별반 다르지 않았다. 육지 경찰이 동원돼 주민을 에워싸 2년여 동안 300여 명이 연행됐다. 올해에만 벌써 109명이 연행됐다.

그런데도 일국의 대통령이라는 사람은 고위 공직자들 앞에서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것에 대해 "황당하다"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그러자 강정마을 자연유산 파괴는 날로 속도를 더해가고 있다. 이건 아니다. MB 정부가 조금이라도 국민을 안중에 두고 있었다면 이런 무모한 행동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제주도지사의 호소와 제주도민들의 저항에도 끝내 '폭파'를 감행한 것은 이 정권의 야만성을 그대로 드러내 보인 '폭거'에 다름 아니다.

게다가 보수세력과 보수언론들은 안보위기감을 조성하며 색깔론에 불씨를 지피고 나섰다. 선거를 앞둔 국면전환용 프레임이 작동한 것이 아니라면 이처럼 맞불작전을 치밀하게, 전략적으로 내놓을 순 없을 것이다. 4·11총선을 불과 한 달 앞둔 시점이 이를 뒷받침해준다.

해군과 시공업체는 발파에 앞서 제주도와 제주도의회가 재차 요구한 '건설공사 일시중단' 요구를 철저히 외면했다. 지금도 많은 주민과 이에 반대하는 시민사회단체, 종교계 인사들의 절규와 통곡이 폭음과 화염에 휩싸여 뒤범벅을 이루고 있다.     

이처럼 평화의 섬 제주가 야만의 섬으로 뒤바뀐 순간, 언론은 어땠을까. 크게 두 부류로 나뉘고 말았다. "강정마을의 구럼비 바위 폭파는 제주도민에 대한 선전포고이자 이 정부의 소통 부재의 극치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며 "지금이라도 공사를 중단하고 대화와 타협부터 임해야 한다"는 쪽과 반대로 "강정마을에 반드시 해군기지를 건설해야 한다"는 강경주장과 함께 '색깔론'까지 들고 나서 폭력과 야만에 더욱 힘을 실어주는 쪽으로 갈렸다. 특히 신문의 사설 논조에서 극명하게 분류됐다.

출처 : 낯뜨거운 <동아> '제독의 눈물'...눈 감은 <제주일보> - 오마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