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5-04-01 14:05
[성 명] 유엔 자유권 정보노트 내용 축소하고선 시민단체 의견요청이 웬 말이냐!
 글쓴이 :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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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명> 유엔 자유권 정보노트 내용 축소하고선 시민단체 의견요청이 웬 말이냐!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인권단체들에게 어제(3월 31일) 열린 “표현의 자유 등 자유권 현황과 쟁점에 관한 간담회” 참석할 것을 요청하였다. 하지만 2월 14일,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에 "정보노트(information note)"를 원안보다 축소해 제출한 일에 대해 어떤 해명도 없이 간담회 공문을 보내왔다. 이에 국가인권위 제자리 찾기 공동행동을 비롯한 단체들은 어떤 이유로 삭제되거나 축소되었는지를 해명해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언론의 비판을 모면하고자 발표한 3월 3일자해명자료를 보냈을 뿐 어떠한 해명도 하지 않았다. 해명자료는 발표된 지 1개월이 다 되어 모두가 본 상황인데도 해명자료를 보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우리는 제대로 된 해명을 요구했다. 해명이라 함은 65개 항목에서 31개 항목으로 축소된 이유를 항목별로 구체적으로 밝히는 것이다. 유영하 상임위원의 지시로 이유 없이 삭제되거나 축소된 것이 아니라면, 항목별로 왜 삭제되거나 축소되었는지 이유가 있을 것이 아닌가! 새롭게 논의할 필요 없이 논의된 내용을 그대로 정리해서 주면 될 것이다. 그러나 인권위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제라도 해명자료에 있듯이 “국가인권기구로서 책임지고 언급할 수 있는 주요 사안을 정리하기 위해서는 위와 같은 객관적이고 제한적인 기준을 가지고 정보노트를 작성할 필요성도 있다고 판단”하였다면 그 기준과 근거를 밝혀야 한다.

올해 10월이면 한국이 가입한 국제인권규약인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이하 ‘자유권규약’) 이행상황에 관한 제4차 국가보고서를 유엔자유권규약위원회가 심의한다. (2015. 10. 19. ~ 11. 6. 제115차 회기 진행 예정) 9년만의 심의이다. 이명박 정부 이후 지속적으로 후퇴된 한국 표현의 자유 상황을 국제사회에 알리는 것은 국가인권기구의 최소한의 의무이다. 그런데 이 의무마저 방기하고 있다.

작년 세월호 참사로 탑승했던 300여명의 사람들이 생명의 권리를 침해받았다. 그리고 이를 추모하는 시민들을 연행하거나 노란리본을 달지 못하게 하는 방식으로 표현의 자유를 정부가 침해했다는 사실은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또한 국제사회가 주목할 정도로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등 시민들의 정치적 권리를 제한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그런데 이 모든 주요 인권현안이 유엔자유권규약위원회에 보낸 정보노트에는 없다. 초안에 있었던 성소수자 혐오 발호도 삭제됐고 차별금지법 등 성소수자 인권 문제와 관련한 현황 설명도 축소해서 설명됐다. 심지어 트랜스젠더 성별정정 제도의 신체의 자유 침해는 인권위 자신의 기존 정책권고가 있는 사안인데도 삭제됐다. 해명자료에는 인권위나 국제인권기구의 권고를 참고했다고 했으나 실제 권고한 사안들도 삭제됐다. 양심적 병역거부, 국보법, 경찰 식별표식 불명 관련 쟁점 등 인권위의 기존 권고가 있는 것이나 UPR(한국인권상황 정기검토), 다른 조약기구에서 받았던 권고가 있는데도 중요하지 않다고 평가하거나 왜곡하였다. 작년에 권고한 경찰 채증이나 인권위가 개최했던 토론회의 쟁점이었던 모욕죄 증가도 삭제됐다. 분량이 많아 줄였다고 하였으나 정보노트는 분량 제한이 없다. 즉 인권위가 정부의 입맛에 맞게 한국 인권상황을 축소 은폐하여 유엔자유권규약위원회에 제출한 것이다.

한국 표현의 자유 후퇴는 과거 유신독재정권을 떠올리기에 충분할 정도로 후퇴했다. 대통령 풍자 전단지를 뿌린다고 명예훼손이라며 연행을 하려고 하거나 압수수색을 하는 지경이다. 그런데도 인권위는 어떠한 의견표명도 없다.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고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서는 신속하게 입장을 발표하더니 이에 대해서는 의견표명이 없다.

그러고서도 시민단체들에게 표현의 자유 관련 간담회를 하자는 의도는 무엇인가! 정부처럼 시민사회와 협력했다는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니라면 쟁점이 왜 삭제되고 축소되었는지 밝혀야 마땅하다. 인권단체들의 의견을 받아 유엔자유권위원회에 보낼 의견서를 손쉽게 만들겠다는 편의적인 태도가 아니라면 신뢰할 수 있게 우리의 의견이 왜 삭제되고 축소되었는지 밝혀야한다. 해명 없이 개최하는 간담회는 시민사회와 진심으로 협력하겠다는 태도로 볼 수 없다. 그저 인권단체를 활용하는 것일 뿐이다. 우리는 인권위의 이러한 태도에 분노하며 이는 인권위가 한국 인권상황을 증진하겠다는 의지가 추호도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

이렇게 인권위가 준국제기구로서 한국인권상황을 국제인권기구에 제대로 알릴 의무마저 방기하게 된 것은 무자격 친정부적 인권위원들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얼마 전 국가인권기구 간 국제조정위원회(ICC) 등급심사에서도 또 심사가 내년으로 보류되지 않았는가. 우리는 이러한 인권위의 현실을 유엔자유권규약위원회를 비롯한 국제사회에 지속적으로 알려나갈 것이며 인권위원 인선절차 마련을 위해서도 노력할 것이다.

2015년 4월 1일

국가인권위 제자리 찾기 공동행동,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민주주의법학연구회,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