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인의 헌법재판관들에게, 헌법재판소의 존재를 묻는다!
12월 19일, 헌법재판소(소장 박한철)가 기어이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을 내렸다. 우리는 인권과 민주주의가 발밑에서 쩍쩍 갈라지는 절망과 공포를 느낀다. 우리는 민주주의 공화국의 일원으로서 인권을 누릴 뿐 아니라 인권의 근본 가치를 지켜야 할 책임을 갖는다. 불가침의 인권을 가진 주권자로서 엄중한 책임감으로 우리는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을 규탄한다.
헌법재판소는 국가 폭력을 극복하고 자유와 인권을 쟁취하기 위해 수많은 시민들과 노동자들이 함께 싸웠던 87년 민주화 항쟁의 결과물이다. 헌법재판관이라는 9인의 자리는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독재자가 만들어낸 자리도, 소수의 고위 법률가들이 만들어낸 자리도 아니다. 오로지 가진 것 없는 이들이 피흘림과 희생을 감수하면서 만들어낸 자리다.
헌법재판소는, 헌법 정신에 따라 힘겹게 역사와 시대의 총체적 진실을 추구하며 민주주의와 국민의 기본권을 수호해 낼 책임이 부여된 자리이지, 사회 분위기에 편승하여 손쉽게 논리적 비약을 감행하며 불의한 국가 권력의 들러리 역할에 만족해도 좋은 자리가 아니다.
헌법재판관 9인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책임을 다 하는 데 공동으로 실패했다. 헌법재판관들이 헌법재판소를 껍데기로 만들었다. 우리는 무엇보다도 통합진보당이 우리 사회에서 별다른 권력이나 재산을 갖지 않은 노동자, 농민들을 근간으로 하여 남북 화해와 외세로부터 자유로운 평화 통일을 위한 실천에 앞장서 온 정당이었다는 점에 주목한다. 독재자가 만든 정당이었거나 재산이 많은 이들을 대변하는 정당이었다면, 그것이 얼마나 반민주적인 목적을 갖고 반인권적인 활동을 해왔든, 강제 해산당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사상과 표현의 자유에 흔히 인용되는 볼테르의 경구와, 국가 폭력 앞에 우리는 모두 하나임을 역설한 마틴 니묄러의 유명한 시를 다시 반복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아니, 우리는 그들에게 동의하지 않는다는 불필요한 사족 없이 분명히 말한다. 통합진보당이 들었던 기치, 자주-민주-통일은 집요하게 탄압당하다 끝내 해산당해 마땅한 사상과 실천이 아니다. 오히려 외세로부터 독립적인 정부와 민주주의, 분단의 평화로운 극복은 올바른 인권 보장의 기초임을 분명히 밝힌다. 통합진보당을 세우고 지켜온 3만의 당원들에게 위로와 격려를 전한다. 아무리 어렵더라도, 우리는 결국 함께 하게 될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에 대한 해산 결정은 우리 모두의 결사의 자유에 대한 탄압이다. 사상-표현-결사의 자유는 상호 침투의 과정 속에서 더 큰 진리를 발견하고, 함께 실천으로 나아가는 것이 전제 될 때 의미가 있지, 제각기 허공에서 춤추다 흩어져 스러져 갈 자유를 의미하지 않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권과 그 하수인으로 전락한 헌법재판소는 인권과 민주주의 파괴를 위해 ‘공적’인 권력을 ‘사적’으로 쓰는 ‘나쁜’ 정권의 면모를 완전히 드러냈다. 박근혜 정권과 권력의 사적인 사용에 직간접으로 협력하는 세력들을 우리는 독재세력이자 인권파괴세력으로 규정한다. ‘그들’은 우리에게 침묵을 명령하고 있지만 우리는 결코 침묵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더욱 많은 말을 할 것이고 함께 행동할 것이다.
2014년 12웡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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