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시 : 2024년 7월 17일(수) 10시 30분
■ 장소 : 울산 교육청 기자실
■ 주최 : 교육공공성 실현을 위한 울산교육연대
■ 내용 :
오는 7월 18일은 혼자서 고통을 감내하다 안타까운 선택으로 생을 달리하신 서이초 순직교사 1주기입니다. 먼저 하늘의 별이 되신 서이초 순직 선생님과 무너진 교단을 지키다 산화해 가신 이땅 모든 선생님들의 명복을 빕니다.
서이초 순직교사의 죽음은 교사들의 교육권이 철저히 무너진 우리 교육 현실에 대한 고발이었고, 이를 계기로 우리 사회는 교사들의 울부짖음과 절규 속에 지난 1년의 시간 동안 격렬한 논쟁을 통과해 왔습니다. 서이초 순직교사의 죽음은 단순한 개인의 죽음이 아니라 우리 교육, 아니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구조적인 모순의 폭발이었습니다.
학부모의 교육권 침해에 고스란히 노출된 신규교사를 보호하고 대응을 지원해야 할 행정력은 전무했습니다. 근무시간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때를 가리지 않는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해당 교사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어쩌면 죽음밖에 없었는지 모릅니다.
서이초 순직교사의 죽음을 계기로 그동안 교육이라는 미명하에, 교사와 학생, 교사와 학부모라는 관계 속에 묻혀있던 교원침해의 양상이 낱낱이 드러났습니다. 이미 학교는 교육이 불가능한 영역으로 변한 지 오래고, 교사들은 미래 교육을 위한 새로운 도전에 앞서 자신의 모든 행위를 자기 검열해야 하는 지식전달자에 불과하다는 슬픈 현실이 수면위로 드러났습니다. 이를 계기로 각성한 교사들이 하나둘 검은 점이 되어 광장으로 모였고, 2023년 9월 2일 국회 앞에 30만의 교사들이 운집하는 한국 교육사 초유의 일이 벌어졌습니다. 교사들의 분노가 강을 이루고 급기야 공교육 멈춤의 날이 선포되자 교육 당국은 학부모의 민원제기 방법을 법제화는 근거 마련에 돌입하였고, 학교에서는 교사의 교육활동을 침해하는 학생을 분리조치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드느라 부산을 떨었습니다.
그리고 1년이 지났습니다.
우리 사회와 우리 교육은 서이초 이전과 얼마나 달라졌습니까? 학교는 교사들이 안전하게 학생 교육에 전념하고, 학부모는 학교를 믿고 학교와 교사의 교육행위에 대해 전폭적인 신뢰를 보내고 있습니까?
교사들은 말합니다. 지난 1년 그 격렬한 논쟁과 격랑을 거쳐 왔지만, 우리 교육은 서이초 이전과 근본적으로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학부모 또한 제대로 된 소통 창구가 마련되지 않아 답답해하고 있으며 학교와 교사들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서이초 순직 사건 이후에도 전국 곳곳에서 일부 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의 실태가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지난 5월 스승의 날을 맞이하여 실시한 설문조사에 드러난 것처럼, 교육부가 악성 민원으로 인한 교권침해를 방지하기 위해서 도입한 학교 민원 대응팀 구성과 학생분리조치에 대해 61.1%의 교사들이 민원대응팀 구성이 이루어지지 않았거나 알지 못한다고 답을 했고, 67.3%의 교사들이 결국 교사가 거의 대부분의 민원을 해결하게 된다고 답했습니다.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민원대응팀 구성과 분리조치에 학교의 관리자는 무심하거나 책임을 회피하고 결국 거의 모든 실무적인 책임과 역할을 교사가 도맡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실패는 예견된 것입니다.
악성 민원을 유발하는 근본 원인에 대한 처방 없이 정략적 목적으로 사실을 호도하거나 학생인권조례 폐지와 같은 잘못된 처방만을 일삼고 있는 현실에서 사건이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기만 기다린 결과입니다.
학부모 악성 민원과 교권침해의 근본 원인은 극도의 이기심만을 강요하는 극단적인 입시경쟁교육체제와 각종 선거를 의식한 공약성 사업의 대부분을 학교에 부과하면서도 그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 무능한 정치에 있습니다.
교사들이 극단으로 내몰리는 학교에서 제대로 된 교육이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서이초 순직교사 1주기를 맞아 교육공공성 실현을 위한 울산교육연대는 깊은 성찰을 통해 학교를 희망이 싹트는 교육공동체로 만들기 위해 다음과 같이 호소합니다.
1. 각 학교의 관리자들에게 요청합니다.
학교의 관리자들이 악성 민원에 대응하고 교사들을 악성 민원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주체로 좀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교사들을 악성 민원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민원 대응팀마저 교사 스스로가 떠맡게 하는 면피성 대책은 중단되어야 합니다. 악성 민원으로 고통받는 교사들을 든든하게 지켜주십시오
2. 정치권에 요구합니다.
입시경쟁교육을 폐지하고 대입자격고사제를 도입해야 합니다.
또한, 정치적 필요에 의해 교사들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되는 전시성 사업을 즉각 중단하고 재논의해야 하며 교사들에게 일방적으로 부과되고 있는 업무를 분산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해야 합니다. 학교는 지금도 포화상태입니다. 학생인권조례 폐지는 결코 교권보호의 대안이 될 수 없습니다. 학생인권조례폐지 기도를 중단해야 합니다. 더 이상 학교와 교사들에게 부담만 전가하는 모든 행위를 중단하고 교사들이 원하는 입법에 나서주십시오.
3. 학부모님들께 호소드립니다.
학부모가 교사들을 신뢰하고 학교 교육을 존중하지 않는다면 정상적인 교육은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교사들은 학교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교육전문가들입니다. 그들의 판단을 존중하고 신뢰할 때 더 나은 교육공동체는 성립될 수 있습니다.
4, 울산교육청에 요구합니다.
1만 울산 교사들의 교육권을 보호하고 교사들이 안전하게 교육활동에 임할 수 있도록 더 적극적인 노력과 더 강력한 행정력을 요청합니다. 민원대응팀 구성을 더 적극적으로 일선 학교에 요구하고 학교관리자들이 악성민원 대응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요구하고 강제해 주십시오.
울산교육연대는 지난 2009년부터 현재까지 울산지역의 교육여건을 개선하고 울산교육의 공공성을 실현하기 위해 교사, 학생, 학부모, 교직원들과 적극적으로 연대하고 협력하면서 노력을 다해 왔습니다. 서이초 순직교사 1주기를 맞아 더 안전하고 건강한 교육공동체를 만들어 가기 위해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2024. 7. 17
교육공공성 실현을 위한 울산교육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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