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5-10-02 11:32
[201호] 이달의 인권도서 - 나는 그림을 보며 어른이 되었다 / 이유리 저 /수오서재2024
 글쓴이 :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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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림을 보며 어른이 되었다

이유리 저 / 수오서재 2024 / 정리 : 이영환


<작가의 말 중에서>


《나는 그림을 보며 어른이 되었다》는 ‘위대한 대가들’의 발자취를 더듬은 후, 평범한 인간으로서의 그들을 호출해낸 결과물이다. ‘보통사람’인 그들이 그려낸 그림의 메시지는 마냥 달콤하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묘하게 마음을 달래주는 힘이 있었다.

코코슈카의 그림은 “사랑이란 우리 삶을 마구 할퀴기도 하지만, 우리는 사랑이 가져다주는 슬픔과 고통을 마치 항복하듯 수용해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 주었고 키르히너의 그림은 “내가 추구하는 자유와 해방이 타인의 사회적 약점을 이용할 수 있는 허울이 될 수 있기에 경계해야 한다”고 말해주었다. 죽음을 다룬 뭉크의 그림은 “과거의 상흔은 더 나은 현재와 미래를 꾸리기 위한 재료로 삼을 수 있다”고 속삭여 주었고, 메리안의 그림은 “넘어지는 게 실패가 아니라 넘어진 곳에서 머무르는 게 실패”라고 힘을 불어넣어 주었다. 그렇게 이 책의 제목처럼, ‘나는 그림을 보며 어른이 되었다’.(...)

미술평론가 김진희가 말했듯, 인간사의 가혹한 점 중 하나는 ‘훌륭한 예술작품이 존경할 만한 인격과 품성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형편없는 인격에도 불구하고 그 인격의 폐허를 거름삼아 탄생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일 테다. 오죽하면 프랑스의 작가 서머셋 몸은 도박중독에 시달렸던 도스토옙스키를 두고 ”창작의 재능은 정상적인 인간의 속성을 희생하고 나서야 창궐하는 질병과 같은 것“이라고 했겠는가.
하지만 이러한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대가들의 작품세계를 좀 더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작가에게 가닿는 또 하나의 통로를 확보했다고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이제껏 우리가 알지 못했던 예술가의 다른 모습을 접하게 되면 될수록, 납작하게 눌러져 있던 ’교과서 속 위대한 예술가‘가 살아있는 사람의 모습으로 현현해 우리 옆으로 뚜벅뚜벅 걸어올 것이다. 이것이 ’위대한‘이라는 수식어에 가려진 각각의 작품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첩경이 될 것이라 믿는다.
오히려 나는 그들이 ’부족한‘ 인간이었다는 것, 나와 같은 어려움과 슬픔을 겪었다는 것에 큰 위안을 받았다. 아름다운 작품을 만들어내기 위해 아름다운 것만 보거나 경험해야 하는 건 아니라는 것, 오히려 좌절이나 고통을 기꺼이 감내해나갈 때 마침내 아름다움을 꿰뚫을 수 있는 깊은 시선이 생긴다는 사실, 그림이 내게 준 이 같은 깨달음이야말로, 오답투성이였던 내 삶을 바로잡아준 소중한 선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