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1-09-01 17:10
[152호] 시선 둘 - 첩보영화 뺨치는 ‘비밀접선’
 글쓴이 : 사무국
조회 : 2,770  
첩보영화 뺨치는 ‘비밀접선’

회원



폭염과 코로나 확산으로 힘들고 지쳐가는 8월 초, 자주통일충북동지회 사건이 보도되었다. 일명 ‘청주 간첩단’사건이다. 이어서 언론에 구속영장 내용이 공개되었다. 첩보영화 뺨치는 비밀접선 방법부터 구체적인 지령내용까지.

모 일간지에 실린 첩모영화 뺨치는 ‘비밀접선’의 내용을 살펴보자.

2017년 5월 피의자 A씨(구속)는 베이징사범대 앞에서 북한 공작원 조모씨와 접선하면서 악수나 인사 없이 사전에 약속된 표시로 상대를 알아봤다. A씨는 한 손에 신문, 다른 손엔 생수병을 든 것이 표시였다. 두 사람은 4~5m쯤 떨어져 교정을 걸으면서 주변을 감시한 뒤 함께 택시를 타고 이동하면서 대화를 나눴다. 수사당국은 A씨는 조씨로부터 “충북지역에 북한의 전위 지하조직을 결성하라”는 지령을 받고, 같은 해 8월 다른 피의자 3명과 ‘자주통일 충북동지회’를 결성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피의자 B씨(구속)는 2018년 4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북한 문화교류국 소속 공작원 이모씨와 조씨를 접선했다. B씨와 조씨는 공원에서 서로 신호를 주고받은 뒤 각자 ‘툭툭’이라 불리는 오토바이택시를 타고 다음 접선 장소인 사원으로 이동했다. B씨는 사원 인근 시장에서 조씨를 다시 만나 이씨가 기다리고 있는 시내호텔로 이동했다.
2019년 11월 피의자들은 중국 선양시에서 북한 측으로부터 공작금 2만 달러를 받았다. 북한은 그간 노출되지 않은 인물이 공작금을 수령하라는 지령을 내렸고, 충북동지회는 A씨의 부인 C씨(구속)를 중국으로 보냈다. C씨는 베이징에서 유학중인 아들을 만나러 출국하는 것처럼 꾸몄다. 공작금 교부 작전엔 북한 공작원이 선양시 대형마트에 있는 무인사물함에 돈을 넣어두면 C씨가 찾아가는 이른바 ‘던지기 수법’이 동원됐다.

북한 공작원이 피의자들에게 지시한 내용, 지령도 공개되었다.

2019년 3월 “사회 전반에 반미, 반트럼프 감정을 확산시키기 위한 활동을 조직하라”
2019년 6월 “다음 총선(21대 총선)에서 한국당을 참패에 몰아넣고, 그 책임을 황교안(당시 당대표)에게 씌어 정치적으로 매장해야 한다. 다음 대선(2022년 3월)의 목표는 촛불항쟁으로 쟁취한 진보민주개혁세력의 재집권으로 정하고, 여기에 모든 것을 지향시켜 나가야 한다.”

2019년 10월,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로 인해 동요하는 중도층 쟁취사업’이란 지시를 통해 “현 사태가 보수 부활과 정권찬탈을 노리고 촛불민심의 적폐청산, 검찰개혁 요구에 도전해 나선 보수 세력의 기획적인 재집권 책동에 의해 빚어진 정치적 혼란이며 이를 수수방관하면 중도층도 피해를 면치 못한다는 것을 널리 여론화 한다”며 “한국당을 ‘여성천시당’ ‘천하의 저질당’으로 각인해 지역 여성들의 혐오감을 증대시키기 위한 활동을 조직해라”

2019년 11월, “진보민주개혁세력이 ‘검찰개혁안’등의 국회통과를 저지시키려는 보수패당의 책동을 분쇄하고, 정국 주도권을 확고히 장악하는 것을 목표로 내세우고 투쟁해야 한다.”
2020년 2월, “박근혜 석방론을 통해 사회 전반에 반보수 투쟁 분위기를 확산시키는 사업을 조직해야 한다. 창당된 미래통합당을 사회적으로 고립시키기 위해 지역사회 원로인사・정치인을 내세워 공격하는 정치여론 활동을 조직해야 한다.”

지역의 시민단체나 노동운동가들은 이들에 대해 무리한 주장과 친화력 부족으로 조직역량이 없다고 한다. 실제로 이들이 20년 동안 노동운동을 해왔다고 하지만 조직화에 성공한 노동조합은 없다. 이들 중 일부는 민주노총 소속 금속노조 조합원가입이 거부되었고, 2003년에는 민주노총 여성연맹에서 제명되기도 했다. F-35 스텔스기 도입반대 역시 1인 시위 정도였다.

뭔가 어설프다. 어설퍼도 너무나 어설프다. 첩보영화 뺨을 칠만하다. 오죽했으면 국민의힘 유승민 의원조차 “구속영장 청구서에 드러난 북한의 지령들을 보면 마치 수십 년 전의 간첩사건을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고 했을까.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의문이 든다. 국정원은 왜 이 사건을 터트렸을까? 대공수사권 이전을 앞둔 내부반발, 정치적 음모 등 여러 이야기가 나온다. 어설프다 보니 음모론이 고개를 든다. 그래서 나도 그 음모론에 기대어 추측해본다. MBC PD수첩의 국정원-일 극우 커넥션 의혹 공개에 대응한 것이 아닐까. 그리고 누군가는 그 음모론의 희생양이 되어 고통을 겪어야 한다.


※ 위 글은 글쓰신 분의 요청으로 성명을 기재하기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