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7-07-28 16:22
[103호] 여는 글 - Big Data로 본 일상
 글쓴이 :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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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g Data로 본 일상

송혜림


요즘 빅데이타에 대한 관심이 많아진 듯싶습니다. 부모교육에 관심이 많은 저는 교육 프로그램 개발할 때 빅데이타 분석 결과를 참고해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인터넷상에서 어떤 주제에 대한 검색이나 조회, 댓글 건수를 모아보면 엄청난 양의 자료가 되는데, 바로 이것이 빅데이타의 하나고, 이를 분석하면 그 시점 사람들의 관심사나 요구를 알 수 있다는 것이지요. 이렇게 나타난 사람들의 생각은 곧 트랜드로 불려지기도 하지요. 예를 들어 빅데이타를 취급하는 어떤 사이트에 부부교육 그리고 부모교육 이라는 2개의 주제어를 적고 클릭을 하면 부부교육 보다는 부모교육에 대한 조회건수가 더 많이 나오고, 이는 곧 부모교육에 대한 관심으로 해석할 수 있겠고요, 그럼 건강가정지원센터 같은 기관에서 프로그램을 제공할 때 우선순위를 정하는 기준으로 활용할 수도 있겠지요.

최근 국가적 트라우마 로까지 불렸던 2014년의 세월호, 2015년의 메르스와 관련하여 빅데이타로 분석해 보면, 세월호는 슬픔 그리고 메르스는 두려움 이라는 키워드로 해석할 수 있다는데요, 개인적으로 저는 메르스보다는 세월호에 더 충격을 받았고, 지금도 뉴스에 등장하는 세월호 선체를 제대로 못 봅니다. 그 만큼 슬픔과 충격이 컸기 때문인데요, 빅데이타 분석은 조금 다른가봅니다. 세월호는 타인의 슬픔이고 그에 대한 공감이었다면, 메르스는 내가 피해를 볼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고, 그 두려움이 더 컸다는 것이지요.

가족 그리고 일상생활과 관련된 재미있는 빅데이타 분석 결과를 찾아보면, 먼저 결혼에 대한 내용이 있는데요, 지난 6년간 결혼과 관련된 빅데이타에서 키워드가 변화했는데, 사랑의 순위는 낮아지고 돈과 부모님 순위가 높아졌다는 것이지요. 결혼비용, 특히 주거비용 부담 때문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겠지요. 사실 돈이 없어서 연애도 결혼도 출산도 다 포기하는 3포, 5포 세대가 그런 면에서 이해가 되기도 하지요.

엄마와 아빠에 대한 자녀들의 인식이 바뀌고 있음도 빅데이타에 나타나고 있는데요. 부모와 함께 ‘놀았다’는 표현에서 엄마는 줄고 아빠는 늘었고, 부모를 무섭다고 표현한 횟수에서 아빠는 줄고 엄마는 늘었다는 것이지요. 즉, 아빠는 귀엽고 친근한데 엄마는 무섭다는 것으로, 자녀들의 교육을 비롯 많은 부분에서 결정권을 갖고 있는 엄마역할의 비중을 잘 나타내는 결과라고 할 수 있겠지요.

노후 관련한 분석에서는 몇 가지 변화된 키워드가 등장했다고 하는데요, 가족보다는 혼자, 자녀보다는 친구 그리고 여행과 일이 그것이지요. 길어진 노년기를 고려할 때 이처럼 달라진 관심사를 잘 반영하여 노후설계를 해야 하는 사회적 과제를 도출할 수도 있겠지요. 이상적인 노인의 모습은 ‘깔끔한 차림으로 다정하게 손을 잡고 산책로를 걸으며 존댓말로 대화하는 노부부’라고 나왔다는데요, 말하기는 쉬워도 현실적으로는 거의 불가능하다 생각되지만, 뭐 백세시대를 위한 준비과제의 하나로 지금부터라도 노력해 볼 만한 과제다 싶기도 합니다.

제 얘기는, 빅데이타 분석이 단지 재미있고 좋고 유익하다는 뜻이 아니고요, 빅데이타 분석에서 인권 문제도 자주 등장한다는 데 강조점이 있습니다. 정보를 갖고 분석하다 보니 나와 관련된 어떤 정보가 어디에서 얼마큼 분석되고 있는가를, 정작 나 자신은 잘 모른다는, 그런 면에서 인권 침해의 소지가 많다는 것이지요. 나의 라이프스타일에 대해 나보다 더 잘 아는 누군가 혹은 무엇인가가 있을 수 있다는, 나름 좀 무서운 사실이기도 하지요. 인터넷상에 무심코 혹은 필요에 의해 내가 올린 댓글, 내가 찾은 검색어, 조회한 정보 등을 합하면 나 자신 일수도 있을 텐데 정작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모른다는, 주체성 박탈의 문제일 수도 있겠고요. 빅데이타가 유행하는 요즘, 빅데이타를 분석해서 얻을 수 있는 유용성도 살리면서, 개인정보보호 라는 기본적인 인권도 지킬 수 있는 좋은 방법을 고안해 내는 것, 인권연대의 과제이기도 할 겁니다.

※ 송혜림 님은 울산대학교 교수이며, 울산인권운동연대 이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