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7-04-27 17:18
[100호] 여는 글 - 이 4월에
 글쓴이 :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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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4월에

최민식

나 찾다가 텃밭에 흙 묻은 호미만 있거든
예쁜 여자랑 손잡고
섬진강 봄물을 따라 매화꽃 보러 간 줄 알그라 (김용택 ‘봄날’)

매화향에 취해 분홍을 그리워하니 진달래 피고, 노란색을 칠하니 민들레와 유채꽃이 피어나고, 하얀색을 덧칠하니 벚꽃잔치에 설레는 마음을 홀리고, 집 앞 공원의 철쭉은 울긋불긋 피어나고 있습니다. 나의 화단엔 튤립이 고고함을 뽐내다 지고 나니 매발톱이 그 자태를 한창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래도 최고의 감동은 연하디 연한 초록으로 시작해 연초록으로 온 세상을 채색해 버린 저 생동하는 나무들입니다. 서로 다투듯 나서지만 공생해서 아름다움을 완성하는 자연의 섭리를 경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오늘은 4.19 혁명 57주년 기념일입니다. 국민 주권과 민주주의를 향한 저항권이 발동된 최초의 대 사건입니다. 186명이 사망하고 7천여 명이 부상당하면서 이뤄낸 시민혁명은 대한민국의 존재가치이자 이유입니다.


4월은 갈아엎는 달
신동엽 (1930-1969)

내 고향은 강 언덕에 있었다.
해마다 봄이 오면 피어나는 가난.

지금도 흰 물 내려다보이는 언덕
무너진 토방가선 시퍼런 풀줄기 우그려 넣고 있을
아, 죄 없이 눈만 큰 어린것들.

미치고 싶었다. 4월이 오면
산천은 껍질을 찢고 속잎은 돋아나는데,
4월이 오면 내 가슴에도 속잎은 돋아나고 있는데,
우리네 조국에도 어느 머언 심저, 분명 새로운 속잎은 돋아오고 있는데,

미치고 싶었다. 4월이 오면
곰나루서 피 터진 동학의 함성. 광화문서 목 터진 4월의 승리여.

강산을 덮어, 화창한 진달래는 피어나는데, 출렁이는 네 가슴만 남겨놓고,
갈아엎었으면 이 균스러운 부패와 향락의 불야성 갈아엎었으면
갈아엎은 한강연안에다 보리를 뿌리면 비단처럼 물결칠, 아 푸른 보리밭.
강산을 덮어 화창한 진달래는 피어나는데
그날이 오기까지는, 4월은 갈아엎는 달.
그날이 오기까지는, 4월은 일어서는 달.



4월 16일은 수학여행의 첫날입니다. 온갖 설렘으로 가득 했던 304개의 꿈들이 별이 되어 남은 자들의 골수에 스며들었습니다. 분노가 사랑으로 사랑이 되어, 고통이 희망으로 희망이 되어 돌아오길 손 모아 기다립니다.


※ 최민식 님은 울산인권운동연대 상임대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