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7-03-02 16:58
[98호] 인권포커스 - 재벌의 3세경영세습을 위한 구조조정, 분사이전은 중단되어야 합니다.
 글쓴이 :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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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의 3세경영세습을 위한 구조조정, 분사 이전은 중단되어야 합니다.

정병모

현대중공업 분사는 재벌의 3세 경영세습을 위한 포석

현대중공업은 작년 11월 이사회를 열어, 각 사업부분을 분할하여 6개사 체제로 전환할 것을 결의하였고, 오는 2월 27일 주주총회를 통해 확정하려고 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인적분할 및 분사를 통해 현대일렉트릭, 현대건설기계, 현대로보틱스, 현대글로벌서비스를 새로 설립하고, 오는 4월까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예정이다. (그림1,2 참조)

현대중공업그룹은 현대중공업 → 현대삼호중공업 → 현대미포조선 → 현대중공업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갖고 있다.
정몽준 최대주주는 현재 현대중공업 지분 10.2%를 갖고 그룹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그리고 현대중공업은 자사주 13.4%를 보유하고 있지만 자사주는 상법에 따라 의결권이 없다. 그런데 인적 분할을 하면 지주회사가 자사주의 비율만큼 신주를 배정받게 돼 의결권이 생기게 된다.

현대중공업 자사주가 지주사인 현대로보틱스로 이관돼 의결권이 생기면 주주 지배력이 더욱 높아지는 효과가 생긴다. 이런 분할과정을 통해 정몽준 최대주주는 현재 현대중공업 지분 10.2%에서 새로 설립되는 지주사의 지분을 약 40%까지 늘릴 수 있다.
그리고 현재 구조에서는 정몽준의 장남인 정기전 전무가 정몽준의 지분을 물려받기 위해서는 50%의 막대한 증여세를 내야 한다. 그러나 지주회사 체제에서 지분을 40%까지 올려놓으면 세금을 내기위해 지분 일부를 매각하더라도 안정적인 지배체제를 구축하고 경영권을 승계할 수 있다.

현재 정기선 전무가 가진 현대중공업 지분은 617주에 불과하다. 정기선 전무는 2013년 현대중공업에 부장으로 재입사한 뒤 3년여 만에 전무로 초고속 승진했다. 정기선 전무는 지금 진행되는 복잡한 분사 분할 과정을 통해 손쉽게 경영세습을 받을 수 있다. 현재 진행되는 현대중공업의 분사 구조조정은 정몽준의 3세 경영세습을 위한 포석일 뿐이다.

재벌의 탐욕으로 희생된 2만명의 노동자

현대중공업은 경영위기라는 미명아래 2016년 원청 노동자 6천여명, 하청노동자 1만4천여명 등 약 2만명에 달하는 노동자를 대량 해고했다. 현대중공업이 지난 10년간 약24조의 순이익이 발생했을 때 정몽준 최대주주는 2800억원의 배당금을 받아갔고, 경영진은 계열사를 31개로 확대하며 흥청대었다. 그렇게 고공 흑자 행진을 할 때 그 잔치 어디에도 노동자의 몫은 없었다. 오히려 그때에도 이후 다가올 경영악화를 대비하자며 임금동결을 하며 노동자들의 희생을 강요했다. 그랬던 현대중공업은 약간의 경영위기를 틈타서 맨 먼저 한 조치가 2만여명의 노동자를 해고하는 것이었다.

원·하청 노동자 2만명을 해고시킨 후 현대중공업은 2016년 순이익이 1조6천억원을 냈고, 사내유보금은 작년 말 12조4천억원에서 올해 14조원으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현금과 현금성 자산은 1조9700억원으로 무려 32%나 증가했다. 지난 2년간 약 2만여명의 노동자를 해고하여 나온 실적이다.

이것만 보더라도 2만명을 해고하며 내세웠던 경영위기는 핑계에 불과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단지 더 많은 이윤과 착취를 위해 2만여명의 노동자가 희생되었을 뿐이다.
정몽준 재벌일가의 탐욕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있다. 재벌가의 3세 경영세습을 위해 무리하게 분사 이전을 추진하고 있고, 그 과정에서 또 다시 노동자는 희생양이 되고 있다.

현대중공업 분사는 울산 시민 전체를 희생양으로 삼겠다는 것

재벌의 탐욕으로 인한 희생은 노동자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2만여명의 해고로 이미 울산 동구 지역경제는 파탄직전에 이르렀다. 그 중에서도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영세자영업자들이다. 이미 부동산 가치는 하락하고 있고, 수많은 식당들이 문을 닫아 빈 점포가 늘어 나고 있다. 여기에 지금 진행되는 분사 분할이 그대로 추진된다면 지역 경제의 한파는 울산 전역으로 번져나갈 것이다. 분할되는 현대일렉트릭과 현대건설기계는 본점을 서울로, 현대로보틱스는 대구로, 현대글로벌서비스는 부산으로, “R&D센터”는 성남시와 MOU를 체결해 옮긴다는 계획이다.
울산을 중심으로 한 현대중공업 그룹의 경영에서, 탈 울산 경영을 하겠다는 것이다. 지주사를 비롯한 신설 회사들이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가면 그 여파는 우리가 상상하지 못할 만큼 울산 전역에 충격을 줄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울산 동구의회에서도 “현대중공업 사업분할 반대 및 R&D센터 지역 설치 촉구 결의안”을 채택하여 현대중공업 분사 반대에 힘을 싣고 있고, 각 정당 및 시민사회단체들도 현대중공업의 무리한 구조조정에 반대를 하고 있다.

현대중공업노동조합은 23일~24일 양일간 전면파업을 비롯하여 2월 24일 ‘동구주민 궐기대회’, 주주 총회를 저지하기 위해 26일~27일 양일간 1박2일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이제는 울산시민도 나서야 한다.
현대중공업의 분사 이전 반대 및 구조조정 저지 투쟁은 단지 현대중공업 노동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 현대중공업에서 진행되는 분사분할은 해고된 2만명의 노동자 희생에 그치지 않고 울산 전체 경제를 회복불능의 상태로 몰아 갈 것이다.

부당한 방법으로 3세 경영세습을 위해 울산시민 전체를 희생양으로 삼겠다는 것을 막아야 한다. 현대중공업 분사분할 반대에 노동자뿐만이 아니라 울산 시민이 함께 힘을 보태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