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6-12-01 11:05
[95호] 인권포커스 기획연재...울산 안전한가? ② - 울산은 위험도시
 글쓴이 : 인턴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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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은 위험도시
공장안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날마다 사투를 벌인다

현미향 l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얼마 전 매월 여론조사기관이 시행하는 ‘전국 광역시도 주민생활만족도 조사’에서 올 3월까지 1위를 지키던 울산이 17개 조사대상 중 13위로 떨어졌다는 뉴스를 접했다. 울산이 주민생활만족도 조사 순위가 곤두박질 친 이유에 대해 언론은 조선산업 구조조정으로 인한 경기침체와 지진`해일에 대한 불안감, 원전 방사능 위험과 유해화학물질 사고의 위험 때문이란 해석을 내놓았다.

언론의 보도 이전에도 울산시민들의 불안감을 읽을 수 있는 여론조사가 있었다. 탈핵울산공동행동과 울산 북구 윤종오국회의원실 공동으로 지난 9월 29일 실시했던 여론조사에서 울산시민들은 규모 6.5가 넘는 지진 가능성에 대해 80% 이상이 압도적으로 발생 가능하다는 응답을 하였고, 지진으로 인한 피해 중 49.9%가 핵발전소로 인한 2차 피해를 가장 두려운 피해로 꼽았으며 그 다음으로 지진으로 인한 직접 피해(28.4%)와 석유화학공단 2차 피해(21.7%) 순으로 응답했다.

지진을 계기로 더 이상 울산이 자연재해로부터 안전하지 않다는 점을 몸으로 체험하고 세계 최대 핵발전소 밀집지역으로 인한 위험도가 상당하며 노후화된 시설로 인해 유해화학물질 사고가 더욱 빈발하고 있는 상황을 접하면서 피부로 느끼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안전에 대한 저열한 의식과 대처능력의 부재가 이런 불안감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는 상황이다.

울산 전체가 위험 도시로 시민들에게 인식되고 있다. 그런데 이전부터 공장안에서 위험과 직접 대면해 온 노동자들이 처한 상황은 더 심각하다. 노동자들은 매번 다치고 병들고, 장해가 남고, 죽어나가고 있다. 특히 울산지역은 동구를 중심으로 한 조선업종, 북구를 중심으로 자동차 완성사와 부품사, 남구와 울주군 지역에 대규모 석유화학공단이 있어 산재사망과 사고, 직업병 발생이 끊이질 않고 있다.

현대중공업에선 2014년 9명의 하청노동자가 중대재해로 사망하였으나 올해는 그 피해자가 원, 하청노동자를 가리지 않고 계속 되고 있다. 올 해들어 현대중공업에선 11명의 노동자가 산재로 사망하였다. 평균 1개월에 1명의 노동자가 사망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못하고 있고 노동자들은 극도의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더구나 산재사망이 다발하고 사업주의 안전`보건조치 미비가 확인됨에도 불구하고 그 억울한 죽음에 책임지는 자는 없다. 산재사망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 악순환을 반복시키고 있다. 또한 현대중공업 산재문제를 들여다보면 심각한 문제로 제기되는 것이 산재은폐 문제이다.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와 울산노동자건강권대책위가 2013년부터 올 해까지 현대중공업 산재은폐 280여건을 적발하여 노동부에 집단진정을 제기하며 산재은폐 근절을 요구 해 오고 있다. 하지만 산재은폐는 여전히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다. 이미 발생한 사고를 덮어버림으로써 사고원인을 찾고 위험한 현장을 개선하지 못해 산재가 재발하고 급기야 사망사고로 이어지고 있다.

더구나 현대중공업 산재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것은 위험하고 열악한 작업은 더욱 더 엄격한 안전관리와 보건조치가 필요해 원청이 직접 관리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이런 일 일수록 하청업체로 넘기는 위험의 외주화가 매우 심각하게 진행되어 있으며 상시적인 업무에도 하청노동자를 사용하는 고용문제가 자리 잡고 있어 단기간에 산재문제 해결을 어렵게 하고 있다.

석유화학공단에서 설비 개, 보수작업에 투입되는 플랜트건설노동자들 역시 중대재해로 사망하고 있다. 지난 6월 28일 고려아연에서 황산 누출사고로 작업 중이던 플랜트건설 노동자 2명이 사망하고 4명이 중, 경상을 당했으며 10월 14일 한국석유공사 비축기지 공사현장에서 폭발사고로 플랜트건설 노동자 2명이 사망하고 4명이 중경상을 입는 중대재해가 발생하였다. 그 외에도 계속 발생하는 산재사망 피해자는 대부분 플랜트건설 하청노동자들이다.

반복된 산재사망문제를 분석해보면 플랜트 건설 노동자들 역시 매우 위험한 작업에 투입됨에도 불구하고 최저낙찰제와 위험의 외주화 등으로 안전한 작업환경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고려아연 황산 누출사고 사망자 2명의 장례식을 치룬 날 플랜트건설울산지부와 울산노동자건강권대책위는 플랜트건설노동자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최저낙찰제 폐지, 위험작업 외주화 금지, 위험작업 원청이 직접 시공, 위험 상황 시 작업 중지권 온전한 보장, 기업살인법 제정 등을 요구하였다. 이런 요구들은 산재사망 사고를 연달아 접하면서 현장에서 나온 매우 절박한 것들이다.

아침에 출근한 모습으로 저녁에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 올 수 있는 노동자의 삶은 가장 기본적인 것임에도 불구하고 매일 5명의 노동자가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며 매일 240여명의 노동자가 다치거나 병에 걸리거나 장해가 남는 일상이 반복되고 있다. 울산지역은 매년 40여명의 노동자가 사망하며 매년 2,800여명의 노동자가 산재로 다치거나 병에 걸리고 있다.

세월호 참사와 가습기 살균제 사망으로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이윤보다 생명이다’란 가치를 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흐름들이 형성되고 있다. 매일매일 직접 위험을 다루는 노동자들 역시 ‘이윤보다 생명이다’는 가치 속에서 생산보다 안전이 우선되는 현장으로 변화해야만 생명과 건강을 온전히 보호받을 수 있다. 그런 현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노동자들의 행동에 지지와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한다.

위험도시 울산을 안전하게 만들고자 하는 시민과 학부모들의 직접행동이 최근 들어 많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신고리 5,6호기 추가건설 반대와 노후원전 폐쇄, 지진대책 마련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노동자들이 기업살인법 제정이나 유해화학물질 알 권리 조례제정운동 등과 함께 제기되고 소통된다면 안전사회로 가는 힘이 더 커지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