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2-07-29 14:39
[163호] 여는 글 - 인권위원회협의회 리더십 과정을 다녀오며
 글쓴이 :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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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원회협의회 리더십 과정을 다녀오며

이영환


지난 7월 7일부터 8일까지 1박 2일 일정으로 인천 송도에서 개최된 ‘전국광역지방자치단체 인권위원회 협의회 및 인권리더십 과정’을 다녀왔습니다.
세부 프로그램도 알찼지만 다른 지역의 인권지수도 살짝 느낄 수 있어 더 좋았습니다.
첫째 날은 홍성수 교수의 ‘평등법 의의와 과제’란 주제의 특강과 한상희 교수의 ‘지자체 인권기구 제도화’란 주제발표가 있었습니다. 각 지자체 주민의 실질적인 인권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심의・자문기구인 인권위원회가 명칭은 조금씩 다를 수도 있지만 의결권이 있는 ‘합의제 행정기구’로 바뀌어야 한다는데 참석자 모두가 동의하였습니다. 아마도 오랫동안 인권신장을 위해 애써오면서 느낀 결과치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현재의 심의・자문기구로서의 인권위원회는 자치단체장과 자치의회의 의지에 따라 성격이 달라지고 위상과 역할이 지역에 따라 편차가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일부 지역에서 지자체와의 갈등으로 인권위원들의 사퇴가 벌어진 곳도 있습니다. 그 지역의 인권신장을 위해 싸우다가 택한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해도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의결권이 있고 구속력이 있는 합의제 행정기구라면 다른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습니다.

둘째 날에는 조효제 교수의 ‘기후 생태위기와 인권’이란 주제로 특강이 있었습니다. 기후 위기의 가장 책임이 없는 사람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보고 가장 책임이 큰 다국적 기업이나 선진국, 억만장자들은 이득만을 취하고 책임은 거의 지지 않는다는 내용은 왜 기후 위기가 인권의 범주에서 다루어야 하는지 명확하게 알 수 있었습니다. 기후 생태위기를 자연재해인 천재가 아니라 인간이 초래한 인재로 보는 시각이 필요하며 기후위기와 관련된 인권 문제에 더욱 대비가 필요하다는 결론에는 많은 공감대가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이런 특강이나 주제발표도 좋았지만, 그보다는 자유롭게 진행된 17개 지자체 인권위원장들 모임에서 나온 각 지역의 보수 정부가 펼칠 정책에 대한 우려와 대응 논의가 더 가까이 다가왔습니다. 대부분 지역이 전임정부보다 인권담당부서의 축소나 조례, 정책의 폐지 등이 지극히 염려스럽다는 반응이었습니다. 물론 중앙정부인 윤석열 정부의 친재벌정책, 친원전 정책, 또 뉴타운으로 대변되는 개발, 재건축으로의 유턴, 행안부 내 경찰국 신설 등 과거로의 회귀가 인권과 거리가 멀어 보인다는 데도 의견을 함께 하였습니다.

가까스로 코로나-19의 확산세가 멈추고 일상으로 돌아갈 즈음에 새로운 변종으로 인하여 재확산의 우려와 원숭이두창이라는 또 다른 질병의 확산은 사회적 약자에게 더 큰 고통으로 다가온다는 데 있어서 커다란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역시 인권 분야에서 활동해온 분들이라 다방면으로 인권의 취약지점을 염려하고 대책을 촉구하는 모습은 인권 늦깎이의 관점에서 새겨들을 내용이었습니다.

새로이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전임 문재인 정부의 색깔을 지우는데 우선하여 민생과 경제회복 정책의 실기를 범하고 차별과 혐오가 없는 세상을 향한 국민의 염원을 백안시하지 않기를 바래보지만 기대치는 낮습니다.

울산도 들리는 소식에 인권담당관실도 업무가 다른 부서와 통합되어 실질적으로는 부서의 축소나 다름없습니다.
울산시의회도 22명의 시의원 중 21명의 의원이 특정 정당의 소속으로 진보적인 정책이나 인권 친화적인 정책의 확장은 기대하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울산지역의 인권정책이 후퇴하지 않도록 제반 시민사회단체, 다른 지역의 인권위원회와 소통하고 연대하여 전국의 모든 인권운동가가 바라마지않는 차별금지법(평등법)의 조속한 제정을 기원하며 ‘인연’의 모든 구성원이 혹서기에도 건강한 삶이 지속되기를 기원합니다.

※ 이영환 님은 울산인권운동연대 공동대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