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2-07-29 14:33
[163호] 인권 포커스 Ⅱ - 울산지역 학교 인권기구 강화를 위한 제언
 글쓴이 :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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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학교 인권기구 강화를 위한 제언

박영철


1. 울산지역 학교 인권기구의 현황


헌법과 국제법에 따라 요구되는 국가의 인권 의무는 크게 세 가지, 즉 존중(respect), 보호(protect), 실현(fulfil)의 의무로 구분된다.
국가의 인권책무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은 국가 단위를 넘어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구체적인 인권의 현장에 맞는 제도와 규범을 도입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인권기본조례의 제정과 이에 따른 지역인권기구의 설치가 대표적인 사례다. 지방정부의 인권책무를 강조한 지 10년의 세월이 지나면서 대부분의 광역지자체에는 인권전담부서가 설치되었으며, 인권기본계획이 수립되어 행정의 변화가 시작되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고유사무로 여겨지던 인권침해 구제사업은 지방정부와 교육청은 물론 인권경영을 앞세운 공기업까지 인권침해를 구제하기 위한 기구를 설치하는 것이 일반화되고 있다. 고등교육법 개정으로 대학인권센터도 의무화되는 등 민간영역까지 확산되었다.

울산지역 역시 이러한 경향에 맞게 울산광역시 인권센터가 설치되어 있으며, 울산경찰청 현장시민인권보호관, 울산교육청 학생인권지원센터 등이 설치되는 등 국가의 인권책무를 실현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물론 경찰청과 교육청의 인권 관련 기구의 경우 본격적인 활동이 시작되지도 않았으며, 조직의 규모나 역할, 권한 등을 고려하면 인권기구라는 명칭이 아직은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오늘의 주제인 학교인권기구로 좁혀서 살펴보면, 우선 초중등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울산교육청은 학생인권지원센터를 중심으로 학생과 구성원들의 인권보장을 위해 대응하고 있으며, 대학교육의 경우 「고등교육법」에 따라 대학인권센터의 설치가 의무화되어 울산대학교, 울산과학기술원, 울산과학대, 춘해대학교 등이 인권센터를 설치하여 학교 내의 인권문제에 대응하고 있다.
울산과학기술원은 이미 구성되어 운영 중이며, 울산대학교와 춘해대학교는 이번 법 개정으로 2022년 상반기에 설치되었다. 울산과학대는 아쉽지만, 현재에는 담당자 지정 등을 통해 인권센터의 설치를 준비 중인 것으로 확인된다.

2. 학교 인권기구의 역할과 한계

교육청 학생인권지원센터는 학생인권침해에 관한 상담 및 조사, 인권교육 프로그램 운영, 인권존중 문화확산을 위한 사업 등을 통해 인권 옹호의 역할을 수행하여 초중등 교육에서 발생하는 인권침해의 예방과 구제를 담당하는 기구다.
대학인권센터는 학내에서 발생하는 인권침해 사안에 대한 대응을 비롯하여 연구와 조사, 교육 등을 통해 대학 내 인권 의제를 발굴하고 확장하는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대학 인권증진을 도모하는 기구다.

학생인권지원센터나 대학인권센터는 설치근거와 기능 등에서 다소의 차이가 있지만, 주요한 기능으로 △ 인권침해에 대한 상담, 진정, 조사 및 시정 권고 또는 의견표명 △ 학교 구성원의 인권에 관한 교육 및 홍보 △ 기타 학교 구성원의 인권 보호 등을 위하여 필요한 사항으로 하고 있어 인권기구로서 요구되는 기본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설계되어있다.

하지만 당초의 구상과 달리 학생인권지원센터나 대학인권센터가 본래적 기능을 수행하는 인권기구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제 운영을 시작한 기구에 너무 많은 기대를 하기는 어렵겠지만 지금의 문제는 시간이 지난다고 해결될 수 있는 한계가 아니기에 우려스럽다.

첫째, 실제 인권기구로 인식되기보다는 인권침해 사건의 처리를 담당하는 '고충상담기구'로서의 위상이 강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이는 기구를 설치한 이후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예산과 인력을 배치하지 않은 채 그나마 성과를 내기 쉬운 영역, 예컨대 가장 시급한 인권 의제인 인권침해 사건 처리를 하는 역할에 많은 업무를 할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권기구에 부여된 인권교육, 인권문화확산, 인권실태조사, 기타 인권 보호를 위한 연구 작업 등의 역할은 기획에서부터 소홀히 다뤄지고 있다.

둘째, 취약한 법적근거와 지원의 부재로 인해 실효성이 떨어진다. 학생인권조례를 통한 인권옹호관 제도의 도입이 무산된 상황에서 차선책으로 선택한 학생인권지원센터의 설치는 태생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다. 결국, 민주시민교육과의 팀으로서 추진하고 있는 인권침해 상담과 정책의 일부를 수행하는 임의기구로서 기능하고 있다.
대학인권센터의 경우 법정 의무화로 센터의 설치까지는 진행되었지만 역할을 수행할 ‘예산과 인력’에 대한 책무가 명확하지 않다. 지금은 인권센터 설치 및 운영에 필요한 예산을 대학혁신지원사업이나 2022년 교육부 대학 인권센터 선도모델 시범사업 예산 등을 활용하고 있지만 장기적인 인건비 등은 결국 대학의 자체적인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따라서 대학의 경우 최소한의 예산과 인력으로 형식적 요건을 충족시켜 운영하다 보니 인권센터 담당자를 겸직시키거나, 기존에 설치되었던 대학의 유사한 기관과 인권센터를 결합시키는 방식 등을 선택하고 있다.

3. 학교인권기구 강화를 위한 제언

교육청 학생인권지원센터와 대학인권센터 등 학교인권기구의 강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인권기구로서의 위상을 재정립하고 그 설치와 지원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교육청 학생인권지원센터의 설치근거를 보다 명료하게 취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인권기구로서의 위상을 재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교육청의 인권정책을 선도하는 정책기능과 인권교육, 인권침해 구제기능 등 인권기구로서의 세밀한 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를 집행할 센터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요청된다.

대학인권센터의 경우 인권센터가 법에서 요구하고 있는 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안정적인 예산과 인력의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학이 스스로 인권옹호를 위한 투자를 확대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따라서 “고등교육법 제19조의3(인권센터) ③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제1항에 따른 인권센터의 운영에 필요한 재원을 지원하거나 보조할 수 있다.”를 근거로 중앙정부의 책무 또는 울산광역시의 적극적 지원을 모색할 필요도 있다.
대학인권센터가 인권기구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인권침해 구제사업만으로 기능해서는 안 된다. 인권기구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조직을 편재하고 독립성과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와 같이 대학 자율에 의존하는 방식으로는 불가능하다. 국가인권위원회를 비롯한 해당 정부 기관에서의 인권센터 설치와 운영에 대한 모니터링 및 지원체계의 수립을 위한 정책적 접근이 요구된다.

설치근거와 재원마련, 국가기관의 개입 등의 처방은 어찌 되었든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지금 현재 운영되는 기구라도 인권기구로서의 최소한의 역할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우선 조직의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
아쉽지만 냉정하게 학교인권기구의 전문성은 인권 의제를 다룰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따라서 업무담당자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시급히 진행되어야 한다.
업무담당자의 역량을 높여내기 위한 프로그램을 체계화하여 진행하고, 초기에는 관련 전문 기관과의 협력체계 구축을 통해 동력을 마련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국가인권위원회 지역사무소의 정책지원과 지역인권보장체계와 지역 인권자원을 연계하는 네트워크 구축을 통한 외부동력을 활용하는 것도 유효한 방안이 될 수 있다.

※ 이글은 ‘울산 학교인권기구의 현실과 네트워크 구축’ 주제로 진행된
제16차 울산인권포럼(7/14)에서 울산인권운동연대 박영철 대표의 토론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