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1-10-29 14:50
[154호] 인권 포커스Ⅰ - 파리바게뜨 화물노동자들의 파업을 다시 들여다보다.
 글쓴이 :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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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바게뜨 화물노동자들의 파업을 다시 들여다보다.

김창원



“23살! 주위에 사랑을 듬뿍 받았죠. 동그랗고 하얀 그 얼굴도 좋았지만 따끈따끈한 속마음에 완전히 반했습니다. 변함없는 나의 연인! 나의 호빵!”
1991년 탤런트 최수종씨가 모델로 나오는 삼립호빵 TV광고 내용이다. 1991년에 23살이었으니 30년이 지난 2021년 올해 삼립호빵의 나이는 53살이 된다. 장수식품이다. 그만큼 국민들의 사랑도 많이 받아온 식품이다.

포털에서 삼립호빵을 검색해보면 영어 SPC가 삼립호빵앞에 붙어있다. 최근 화물운송 노동자들의 운송거부 파업으로 시끄러웠던 파리바게뜨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그룹이다. SPC그룹은 SPC삼립과 더불어 파리바게뜨, 배스킨라빈스, 던킨, 샤니 등의 브랜드를 가지고 있다. 제빵업계의 삼성으로 불리는 국내 1위 식품업체다.

9월2일 호남 샤니 광주공장에서 시작된 파업이 9월 15일 0시를 기점으로 수도권과 영남권 등으로 확산된다. 당일 파업에 참여한 배송차량은 약 200대 정도로 전체차량의 30% 수준이다.
파업이 전국화 되면서 언론들의 관심도 커간다. 그리고 각자의 시선으로 기사를 싣는다.

화물연대는 “지난 1월 과도한 업무량에 시달리던 호남 샤니 광주공장 화물노동자들이 증차를 요구했으나, 사측은 수용불가능 입장을 고수하며 화물노동자에게 열약한 노동조건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중략) SPC그룹 관계자는 ”화물연대 배송기사들의 불법적 파업을 용납하거나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며 ”파업에 참여한 운수사와의 계약을 해지하고 발생한 피해에 대해 철저히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등 강력하게 대응 하겠다“고 말했다. (중략) 가맹점주협의회는 계약 상대방인 파리바게트 본사를 상대로 물품이 제때 공급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아 피해 보상을 요구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2021.9.15. -

이번 파업의 원인은 파리바게뜨 화물연대 노조간 이견 다툼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파리바게뜨의 배송을 맡은 배송기사들은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에 각각 가입했다. 이들 노조는 지난 6월 호남지역의 배송물량이 늘었다며 SPC에 증차를 요구했다. SPC는 배송차량 2대를 늘렸고 증차에 따라 배송기사들의 노선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두 노조간 충돌이 일어났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서로 더 편한 노선을 확보하기 위한 갈등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중앙일보. 2021.09.16.-

화섬식품노조와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는 17일 오후 1시 서울 양재동 SPC본사 앞에서 『계획적인 노조파괴, SPC 자본 규탄한다』기자회견을 열었다. (중략) 화물연대는 “SPC자본은 노동조건을 개선하라는 너무나도 상식적인 노동조합의 요구를 수용하기는커녕, 악의적인 흑색선전, 계약해지(해고) 통보, 손해배상 청구를 자행하며 악랄하게 노동조합을 탄압하고 있다”고 했다. 화물연대가 주장하는 ‘너무나도 상식적인 요구’는 과도한 운송량에 따른 열악한 노동조건 개선이다. 화물연대는 “10년 전보다 2배 이상 늘어난 대리점에 배송을 해야 하지만 차량과 인원은 그대로인 살인적인 스케줄에 시달리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중략) 화섬식품노조 임영국 사무처장은 “파리바게뜨, 던킨도너츠, SPL, 화물연대 등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제의 핵심은 ‘노노 갈등’이 아니라, ‘노사 갈등’이다. 노조 간 경쟁이 아니라, SPC 자본의 전방위적인 ‘노조파괴’공작이고, ‘노동기본권 침해’행위가 이 사태의 본질”이라 말했다. 임종린 파리바게뜨 지회장은 “노사합의를 해놓고도 번번이 지키지 않고 매번 노사갈등을 노노갈등 처럼 몰고 가면서 본질을 흐리고 책임을 회피하는 SPC 회사가 문제”라며 “본질은 회사가 합의서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기 위해 노조탄압을 하고 가맹점주를 볼모로 잡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마이뉴스 2021.09.17.-

9월 24일 일간지에는 파리바게뜨 배송기사 파업으로 회사측이 대체 투입한 화물차 연료선이 함평나비휴게소에서 수상한 사람에 의해 끊겼다는 기사가 실리고, 가맹점주들의 피해가 떠오르기 시작한다.

경찰은 해당 승용차들이 호남 샤니 광주공장 화물연대 파업집회 현장 인근에서 출발한 사실을 확인하고, 파업 관련 범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중략) 화물연대 측은 “파업과는 무관하며, 설사 조합원이 개입했더라도 노조 차원에서 계획한 일이 아니다”는 입장이다. -2021.09.24.중앙일보-

식품전문 업체인 SPC그룹의 호남 샤니 공장에서 시작된 운수 노동자들의 파업이 한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중략) 앞서 노조는 사측에 증차를 요구했습니다. 10년 전에 비해 배송물량이 2배 이상 증가했지만 운송노동자 수는 그대로라는 이유에섭니다. 노조는 증차와 배송노선 조정 등의 합의사항을 사측이 일방적으로 파기해 실력해사에 나섰다는 입장입니다. (중략) 이에 대해 SPC측은 노조 요구에 따라 일부 증차를 했다고 맞서며 배송 노선 조정은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조합원들의 의견 차이 때문에 결론을 내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불똥은 파리바게뜨 가맹점으로 튀었습니다. -2021.09.24.KBS-

“22일째 빵 없어서 내가 떼온다”... 파리바게뜨 가맹점주들 호소 – 2021.09.26.NEWS1-
두 노총 싸움에 ... 파리바게드 점주만 죽을 맛 “샐러드도 못팔아” - 2021.09.26.중앙일보-
파리바게뜨 ‘빵 파업’에 점주들 “살려달라”... 민주노총 손해배상 가능성은? - 2021.09.27.데일리안-

파리바게뜨 점주들 “민노총 때문에 빵집 망할판... 정부는 왜 손놓고 있나” - 2021.09.28.조선일보-
“파업 배송기사는 필요없다”...노조 싸움에 지처가는 파리바게뜨 점주들 – 2021.09.29.뉴스핌-
[르포]“10년 단골까지 다른 빵집으로...” 파리바게뜨 점주들 눈물의 호소 – 2021.10.05.이데일리-

합리적 문제해결보다 갈등을 증폭시키려는 노력들만이 드세게 지면을 메운다. 사건의 내면을 들여다보려는 노력은 좌절된다. 편향된 정보제공 탓이다. 단편적 정보에 기대어 사건의 내면을 들여다 볼 수도 있지만 쉽지 않다. 내 눈앞에 놓여있는 현실적인 문제들이 더 크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나와 직결되지 않은 문제들에 대해서는 더욱더. 그래도 잠시만 숨을 고르고 사색해보자.

노동자들의 파업은 생존권 투쟁이다. 파업권은 사용자와 노동자 사이에 임금이나 그 밖의 노동조건에 관하여 의견의 차이가 있을 때 노동자가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하여 파업을 행할 수 있는 권리다. 대한민국 헌법 제33조 1항은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고 되어있다. 파업은 단순한 저항행위가 아닌 것이다. 그러므로 파업을 바라볼 때는 그 이유가 무엇인지 깊이 있게 들여다보아야 한다. 그래야 파업의 이유가 무엇이며,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지가 밝혀진다. 원인과 책임이 논의되고 규명되어야 비로소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한다.

SPC그룹 계열사에 SPC GFS가 있다. 식품과 식재료 유통을 위한 물류계열사다. SPC GFS는 운수사에 운송을 위탁하고, 운수사는 지입차주들에게 재위탁한다. 화물노동자인 지입차주들은 특수고용 노동자가 된다. 화물노동자들의 운송과 노동조건을 결정짓는 것은 원청인 SPC GFS다.

임종린 파리바게뜨 지회장이 “노사합의를 해놓고도 번번이 지키지 않고 매번 노사갈등을 노노갈등 처럼 몰고 가면서 본질을 흐리고 책임을 회피하는 SPC 회사가 문제”라고 한 이유다. 노노간의 이권다툼으로 가맹점주들의 생존권을 볼모로 하는 이기적 파업이 아니다.

50년 넘는 기간 동안 국민들로부터 사랑받아온 삼립호빵이다. 올 겨울에도 그 따끈함이 코로나19로 움츠러든 국민들 마음을 감싸주길 기대한다. 그리고 우선하여 함께 일하는 화물노동자들의 쓰린 가슴부터 달래주어야 마땅하다.


※ 김창원 님은 울산인권운동연대 운영위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