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1-09-29 10:35
[153호] 시선 둘 - 권리와 의무, 참 어려운 경계다
 글쓴이 :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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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리와 의무, 참 어려운 경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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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 더 방점을 찍어야 하는지? 무엇을 더 우선해야 하는지? 두 개의 균형은 가능한 것인지? 균형은 어떠한 기준에서, 누구의 시선으로 잡는 것이 합리적인지? 권리와 의무라는 두 단어가 요즘처럼 나를 혼란스럽게 해 본적이 있던가 싶다.

# 사례1

어느 학교병설 유치원. 11시부터 아이들이 점심식사를 시작한다. 코로나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불가피한 방책이 아니다. 아이들 점심식사시간에 기간제교사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정교사들이 안전도우미 선생님의 도움을 받기 위해 점심시간을 당긴 것이다. 기간제 교사를 바라보는 시선이 매서워진다. ‘왜 그렇게 하느냐?’는 질문에 이러한 현상의 원인은 정교사들이 만든 것이라 항변한다. 정교사들이 오후 간식시간에 아이들 간식 나눠주기는 자신들 일이 아니라고 도와주지 않고 앉아있다는 것이다. 일부 반에서 벌어지던 일이 점차 커져 정교사와 기간제 교사 간에 전체적인 갈등으로 확산되어 시스템의 변화까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이 유치원에서 간식시간에 정교사들은 기간제 교사들을 돕지 않는다. 그리고 기간제 교사들은 점심시간에 정교사들을 돕지 않는다. 그리고 점심시간은 11시부터 시작된다. 교장과 교감의 지도감독이나 조정역할은 조직화된 두 조직의 갈등사이에서 작동되지 않는다. 만약, 급식을 담당하고 있는 영양사와 조리사분들이 12시 배급을 선언하고 나오면 어떻게 변할까? 아이들은 여전히 식사시간과 간식시간이 즐겁다.


# 사례2


10월 20일 12시 공무원들이 민원행정을 멈추는 공동행동에 들어간다고 한다. ‘12시 점심시간 쟁취’를 위해서다. 기자회견장에는 ‘노동기본권 쟁취’, ‘민중행정실현’, ‘건강권 쟁취’의 구호가 내걸렸다. 점심시간을 12시로 정하여 일제히 밥을 먹는 것이 노동기본권과 건강권을 쟁취하는 것인가? 민중행정을 실현하는 것인가? 연결이 안 된다.
직장을 다니는 다수의 민원인들은 점심시간을 활용해 간단한 민원을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 나 역시 그렇다. 12시 민원행정을 멈추면 나는 반차를 내거나 조퇴를 해야 한다는 말에 ‘당연히 그래야 되는 거 아니냐?’ 반문한다. 본인의 필요에 의해 민원을 처리하는 것이니 그에 따른 대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왜 공무원이라고 해서 점심시간에 당신을 위해 일해야 하느냐 공무원들도 12시에 점심 먹을 권리가 있다는 항변이다. 교대로 근무하면 되지 않느냐는 물음에는 차별이라는 단어가 벽을 친다. 그리고 지난 10일 ‘10.20 12시 멈춤! 공동행동 선포 전국동시다발 기자회견’에서 ‘공무원 노동자 차별철폐!’구호가 나왔다. 민원인들은 여전히 행정 앞에서 ‘을’이다.


# 혼란


국가공무원법 제55조에는 공무원은 취임할 때에 선서하여야 한다고 되어있다. 불가피한 사유가 있으면 취임 후에 한다. 즉, 공무원으로 복무하고자 하면 선서는 의무사항이다. 이는 복무규정에도 명시되어 있다.
공무원 선서문은 다음과 같다.
“나는 대한민국 공무원으로서 헌법과 법령을 준수하고, 국가를 수호하며,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의 임무를 성실히 수행할 것을 엄숙히 선서합니다.”
공무원은 취임과 동시에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의 임무를 수행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공무원은 국민전체를 위한 봉사자의 지위에서 특별한 의무를 지거나 권리・자유의 제한을 받는다.

벌써 과거의 인물이 되어가는 것인지 나는 특별지위에 있는 사람들은 의무를 수행하는 안에서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렇다고 권리의 영역이 축소되거나 침해받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최근 접한 일들은 권리와 의무에 대한 생각을 혼란스럽게 한다. 권리의 확장 속에 의무와 책임은 축소되고, 축소된 의무의 영역으로 인해 누군가의 권리는 외면되고 있지는 않은지...

# 또 다른 사건

모 초등학교학생이 게시판에 올린 글. ‘왜 우리가 청소해야 하나? 우리는 학교에 공부하러 왔지 청소하러 온 게 아니다.’ 이 현상을 두고 20대 초반의 아이와 50대 중반의 아빠 간에 대화가 이어진다. “당연히 자기 교실 청소는 아이들이 해야지.”, “그게 왜 당연한 것이냐? 어른들 시각 아니냐?”, “청소도 교육의 일환이다.”, “청소하는 것이 의무이자 강제조항이냐?”, “강제조항은 아니지...”, “강제조항이 아닌데 왜 강제하려 하느냐? 그것이 문제다.”, “어.. 그래도...” 아버지의 말이 점점 꼬여간다. 혼란스럽다. 교실청소가 강제조항은 아닌 것 같은데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하는데...

점점 말하는 것이 힘들어진다.


※ 위 글은 글쓰신 분의 요청으로 성명을 기재하지 않았습니다.